[스토리 베이스볼] 비즈니스에 가까운 프로야구가 가장 스포츠처럼 보일 때

입력 2020-05-25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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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30년 가까이 선수들과 근접한 거리에서 지내는 어느 구단의 버스 기사분이 들려준 얘기다. “예전에는 스포츠 팀 같았는데 지금은 선수들이 사업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접해온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와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는 돈이 오가다보니 확실히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 것이 많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다. 각자의 성적에 따라 손에 쥐는 액수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지기에 모두들 제 앞가림을 하려고 노력한다. 과거에는 그 격차가 적었다. 그래서 동료의식이 강했고 스포츠 팀의 성격이 간간이 드러났지만 지금은 점점 사업자 단체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말처럼 프로야구는 스포츠라고 말하기에는 비즈니스에 더 가깝지만 야구는 팀플레이다. 아무리 선수 개개인이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팀이 지면 구단은 불만이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구단은 중간관리자를 고용한다. 이들을 거쳐서 개인사업자인 선수들을 통제하고 좋은 팀 성적을 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중간관리자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다.

감독은 선수 개인의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좋아야 오래 붙어 있고 많은 돈도 벌지만 선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허수아비다. 야구만큼 선수 개인의 역량이 승패에 중요한 경기는 많지 않다. 다른 종목은 감독이 선수구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술과 전략 등의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지만 야구는 아니다. 벤치에서 아무리 빼어난 해법을 마련해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선수다. 그래서 페넌트레이스는 선수의 시즌이고 감독은 가을야구에서 빛난다.

비시즌 훈련 때 중간관리자가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부분이 있다. 수비와 베이스러닝, 팀플레이다. 어차피 선수들은 개인성적을 내야하기에 타격과 피칭은 내버려둬도 열심히 한다. 여럿이 모여서 하는 다양한 팀플레이와 베이스러닝 등은 선수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지만 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한다.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 플레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24일 잠실과 문학구장에서 동시에 나왔다.

KT 위즈-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이었다. 4-4로 팽팽한 7회 초 LG의 1사 2루 수비 때였다. 배정대의 투수 앞 땅볼을 잡은 LG 2번째 투수 김대현은 2~3루 사이에서 주자 황재균을 아웃시킬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김대현은 서두르다 2루로 뛰어들던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와는 한참 먼 곳으로 공을 던졌다. 이 송구 범실로 황재균은 득점했다.

LG는 다음 타자 조용호의 1루 땅볼 때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1루수 김용의가 공을 잡아서 1루를 커버하려고 뛰어가는 투수 진해수에게 토스할 때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송구마저 부정확했다. 그 바람에 진해수가 1루를 밟지 못해 내야안타가 됐다. 결국 사소한 송구 범실 2개로 LG는 주지 않아도 될 3점을 내주고 9회 마지막까지 힘든 경기를 했다.

KIA-SK의 3차전도 비슷했다. SK는 9회 초 2사 1루에서 KIA 최형우의 1루 땅볼을 잘 잡은 제이미 로맥이 베이스 커버에 나선 투수 하재훈에게 터무니없이 높게 공을 토스하는 바람에 최형우를 살려주면서 3-2로 앞선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결국 이기기는 했지만 연장 12회까지 진땀을 흘렸다. LG도 9회 말 로베르토 라모스의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이 없었더라면 두고두고 아쉬운 7회가 될 뻔했다. 때때로 야구는 개인사업자들이 마음과 타이밍을 맞추는 사소한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그 바탕은 바로 팀플레이고 훈련으로 완성된다. 이를 제대로 보여줄 때 야구는 비로소 스포츠처럼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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