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타구 공장이 된 KT, 지속 가능한 강타선이 보인다

입력 2020-05-25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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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팀 타율 0.320, 팀 OPS(출루율+장타율) 0.872(이상 리그 2위). 25일까지 KT 위즈 타선이 만들어낸 결과다. 비록 불펜의 난조로 7승10패에 그쳤지만 타선의 힘만큼은 지난해보다 강해졌다. 리그 전체적으로 타선의 상승세가 돋보이는데, KT는 그 폭이 더 크다.

KBO리그 트래킹 데이터를 다루는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KT는 올 시즌 팀 평균 타구속도 141.97㎞(이상 시속)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139.0㎞)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타고투저’ 흐름의 재림으로 리그 전반적으로 타구속도가 올랐지만, KT의 유의미한 변화는 발사각도에서도 감지된다. 안타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만 따졌을 때 지난해 10.2도에서 올해 12.0도로 상승했다.타구가 빨라졌고, 각도가 커졌다. 장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가 올해 ‘타선의 팀’ KT를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전문가들은 타율 0.500, 장타율 1.500 이상의 타구를 만들기 위해선 시속 157㎞ 이상의 타구를 26~30도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배럴 타구’ 이론이다. KT도 그 이론을 따르고 있는 팀이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강백호(21)의 존재감이 크다. 강백호는 올해 155㎞ 이상의 타구가 10% 늘었다. 또 180㎞가 넘는 홈런 2개를 벌써 때려냈다.

하지만 강백호 혼자만 만든 결과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타구속도가 상승했다. 올해 주전 중견수로 도약한 배정대의 경우 15㎞ 이상의 상승폭을 과시한다. 김강 KT 타격코치가 마무리캠프부터 강조한 부분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KT 배정대. 스포츠동아DB


“상위 그룹의 숫자를 높이는 것보다 하위 그룹의 숫자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흔히 ‘똑딱이’라고 분류된 선수들도 강한 타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고 타구를 띄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홈런을 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대신 ‘타구에 힘을 싣자’고 생각하면 홈런, 장타가 늘어난다. 선수들 모두 그 철학에 공감했다.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김 코치의 설명이다.

KT는 선수의 슬럼프를 판가름하는 데도 추상적 개념 대신 통계를 사용한다. 대표적 예가 김민혁이다. 올해 2번타자로 낙점된 김민혁은 개막 첫 주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강철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움직임은 없었다. 데이터를 믿었기 때문이다.

김민혁의 지난해 평균 타구속도는 133㎞였는데, 개막 첫 주에도 133.93㎞로 비슷했다. 타구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BABIP(인플레이타구타율) 신’의 가호가 내리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실제로 김민혁은 이후 11경기에서 타율 0.278,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던 ‘똑딱이 타자’가 2홈런을 때린 것은 벤치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 메커니즘 자체가 빠른 타구에 맞춰져있다면 슬럼프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KT는 지속 가능한 강타구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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