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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팀 타율 0.320, 팀 OPS(출루율+장타율) 0.872(이상 리그 2위). 25일까지 KT 위즈 타선이 만들어낸 결과다. 비록 불펜의 난조로 7승10패에 그쳤지만 타선의 힘만큼은 지난해보다 강해졌다. 리그 전체적으로 타선의 상승세가 돋보이는데, KT는 그 폭이 더 크다.
KBO리그 트래킹 데이터를 다루는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KT는 올 시즌 팀 평균 타구속도 141.97㎞(이상 시속)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139.0㎞)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타고투저’ 흐름의 재림으로 리그 전반적으로 타구속도가 올랐지만, KT의 유의미한 변화는 발사각도에서도 감지된다. 안타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만 따졌을 때 지난해 10.2도에서 올해 12.0도로 상승했다.타구가 빨라졌고, 각도가 커졌다. 장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가 올해 ‘타선의 팀’ KT를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데이터 전문가들은 타율 0.500, 장타율 1.500 이상의 타구를 만들기 위해선 시속 157㎞ 이상의 타구를 26~30도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배럴 타구’ 이론이다. KT도 그 이론을 따르고 있는 팀이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강백호(21)의 존재감이 크다. 강백호는 올해 155㎞ 이상의 타구가 10% 늘었다. 또 180㎞가 넘는 홈런 2개를 벌써 때려냈다.
하지만 강백호 혼자만 만든 결과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타구속도가 상승했다. 올해 주전 중견수로 도약한 배정대의 경우 15㎞ 이상의 상승폭을 과시한다. 김강 KT 타격코치가 마무리캠프부터 강조한 부분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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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정대. 스포츠동아DB
“상위 그룹의 숫자를 높이는 것보다 하위 그룹의 숫자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흔히 ‘똑딱이’라고 분류된 선수들도 강한 타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고 타구를 띄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홈런을 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대신 ‘타구에 힘을 싣자’고 생각하면 홈런, 장타가 늘어난다. 선수들 모두 그 철학에 공감했다. 결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김 코치의 설명이다.
KT는 선수의 슬럼프를 판가름하는 데도 추상적 개념 대신 통계를 사용한다. 대표적 예가 김민혁이다. 올해 2번타자로 낙점된 김민혁은 개막 첫 주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강철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움직임은 없었다. 데이터를 믿었기 때문이다.
김민혁의 지난해 평균 타구속도는 133㎞였는데, 개막 첫 주에도 133.93㎞로 비슷했다. 타구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BABIP(인플레이타구타율) 신’의 가호가 내리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실제로 김민혁은 이후 11경기에서 타율 0.278,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던 ‘똑딱이 타자’가 2홈런을 때린 것은 벤치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