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자 정부와 방역당국은 16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다만 핵심 조치는 ‘권고’ 수준으로, 고위험시설 및 공공시설은 계속 영업하고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자제하도록 권하는 선에 그쳐 완전한 2단계 시행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인천까지 포함시켰고, ‘완전한 거리두기 2단계’ 적용(19일 0시)을 결정했다. 이에 포차·감성주점·노래방·방문판매·대형학원·뷔페 등 12종 고위험시설과 공공시설의 운영은 중단되고, 각종 모임도 금지된다.
프로스포츠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시즌 개막 후 이어진 무관중 체제가 지난달 26일 관중입장 허용으로 방침이 바뀌면서 경기장 관중석 10% 규모로 팬들을 받은 데 이어 11일 프로야구 KBO리그와 14일 프로축구 K리그가 각각 30%와 25%까지 입장 규모를 확대했으나 수도권은 순식간에 다시 무관중 체제로 돌아간 상태다.
지난 주말 현장에선 묘한 풍경이 나왔다. 특히 같은 지역의 분위기가 하루 새 180도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전북 현대의 K리그1(1부) 16라운드 경기는 유관중,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2(2부) 15라운드 경기는 무관중이었다.
수도권 외 지역은 유관중 체제로 유지되고 있지만 불안감은 적지 않다. 수도권이 뚫리면 지역 확산 또한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K리그2 홈경기를 준비한 대전하나시티즌은 경기 당일 오전까지 무관중 전환을 검토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축소 운영이었다. 25%를 고집한 대신 온라인 티켓 예매 마감시간을 정오로 당겼다. 예고 없이 시간이 당겨지자 많은 팬들이 항의전화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란 사실을 받아들였다.
더 큰 문제는 거리두기 3단계 전환이다. 요건은 2주 평균 1일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일주일 내 2회 이상 확진자가 전일 대비 2배 이상일 경우인데 현 추세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정 총리도 “방역망의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3단계에선 훨씬 더 강력한 조치가 뒤따른다. 학교·유치원은 원격수업, 기업은 필수인력 외 재택근무다. 스포츠도 중지다. 격상 지역부터 홈경기가 중단되지만, 여러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 리그 전체가 멈춰야 할 수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BO도 분주하다. 한 번 멈추면 재개를 기약할 수 없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그나마 K리그는 1부 기준 팀당 22경기만 마쳐도 시즌이 성립된 것으로 합의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팀당 144경기 체제를 고수한 KBO리그는 말 그대로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경기수 조정이 불가피하고, 가을야구 스케줄 또한 손질해야 한다. KBO는 11월초부터 12월초까지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인데, 예약이 몰리는 연말 경기장 대관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프로스포츠 구성원들 역시 사상 초유의 일들을 겪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