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회에서 어떤 활약상 보여줄까
장승조와 이엘리야가 각각 형사 오지혁과 기자 진서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상대가 죄수번호 달 때까지” 오직 사건과 범인의 실체만 좇으며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던 오지혁(장승조). '모범형사'의 사이다 캐릭터로 활약한 오지혁은 냉철한 추리력으로 단서를 찾고 사촌형 오종태(오정세)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자 집요하게 추적, 그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목격하고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있었다. 큰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돈과 권력에 굴하지 않아도 됐고, 그래서 두려울 것도 없어보였던 그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었던 것.
형사 캐릭터 첫 도전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럭셔리 엘리트 형사 오지혁이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장승조. 범인을 향한 날카로운 눈빛과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는 물론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차갑고 무미건조한 성격부터 은근슬쩍 드러내는 의외의 매력까지. 강도창과 기자 진서경(이엘리야)을 만나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오롯이 오지혁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응축되어 있었던 것.
진서경은 정한일보 사회부 기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팩트’를 추적했다. 5년 전 2건의 살인 사건 속 은폐된 진실이 있다는 것, 그때 체포돼 사형수가 된 이대철(조재윤)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의심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그녀는 형사인 강도창과 오지혁보다 먼저 사건 현장에 유정석(지승현)이 있었단 사실을 알아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유정석 사회부 부장과 김기태(손병호) 전 지검장 사이에서 '도구'로 쓰일뻔 했지만 정면 돌파를 선택하며 남은 2회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이엘리야만의 체계적인 캐릭터 분석이 녹아있었다. 검찰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사실은 억울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기자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그녀조차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현실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다시 한번 기자답게 '팩트'를 추적하기까지. 진서경의 복잡한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단단한 눈빛과 분명한 대사 전달력으로 능동적이고 프로다운 기자 진서경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며 이엘리야는 배우로서의 탄탄한 존재감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관심이 없는 오지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갖고 있는 진서경은 함께 진실을 추적하며 형사와 기자의 관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공조를 넘어 예상치 못한 순간 불쑥불쑥 보는 이의 설렘을 자극해 시청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 것. 남은 2회 동안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진범이 유정석이라면, 오지혁에겐 증거를 찾아내 사실을 입증하는 문제, 진서경에게는 기자로서 목표였던 유정석의 살인 고백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남은 바. 두 사람의 마지막 활약과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