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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비웃는 거인의 심장…손아섭, 슬럼프는 한 시즌이면 족했다

입력 2020-08-3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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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 사진제공 | 롯데자이언츠

롯데 손아섭. 사진제공 | 롯데자이언츠

10년 넘게 주전으로 뛰며 숱한 표본을 쌓아온 선수에게 변화는 쉽지 않다. 신체능력 저하로 인한 하향조정은 빈번하지만, 약점을 고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 때문에 자신이 십수 년째 쌓아온 통계를 비웃고 있는 손아섭(32·롯데 자이언츠)의 활약은 대단하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은 두 번째 시즌인 2008년 80경기에서 타율 0.303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그동안 성적은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지난해까지 13년간 1416경기에서 타율 0.322, OPS(출루율+장타율) 0.871, 151타점, 730타점, 961득점을 기록했다. 4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모든 타자 중 타율 1위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2017년(20홈런)과 2018년(26홈런) 잇달아 20홈런을 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홈런보다는 콘택트 능력을 활용한 단타 생산에 강점이 있는 유형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콘택트 히터보다 높은 삼진율은 손아섭의 단점으로 꼽혔다. 지난해까지 손아섭의 삼진율은 15.6%다. 이용규(한화 이글스·8.8%), 이정후(키움 히어로즈·8.8%), 양의지(NC 다이노스·11.3%) 등 리그 대표 콘택트 히터들의 삼진율이 10% 전후에서 형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뚜렷하게 높다. 10년 넘게 쌓인 표본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쉽사리 바꾸기도 어려울 듯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변화에 성공하고 있다. 29일까지 올 시즌 89경기 391타석에서 39개의 삼진을 당했다. 삼진율은 10.0%. 커리어 최저치다. 생애 최초 한 자릿수 삼진율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삼진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을 배트에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생산해낸다는 의미다. 빠른 발을 갖춘 데다 타구속도가 빨라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이 높은 손아섭은 그만큼 출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올 시즌 타율 0.348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0.369)에 이어 전체 2위이자 토종 1위다.

손아섭은 지난해 장타, 특히 홈런에 욕심을 내고 자신의 메커니즘에 손을 댔다. 그 결과 타율 0.295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다. 정작 홈런수는 2018년 26개에서 지난해 10개로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험은 손아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신체능력이 정점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나이를 향해가지만 단점은 장점으로, 장점은 더 큰 강점으로 바꿔냈다.

손아섭의 별명은 거인의 심장이다. 손아섭이 팀 전체에 피와 산소를 뿌려주는 역할을 해내야 롯데가 산다. 지난해 심장 박동이 더뎌지자 롯데는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하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심장이 다시 자신의 템포를 찾았다. 손아섭의 반등은 롯데가 5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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