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배구단. 사진=KOVO
이변의 결과였다. GS칼텍스는 공격득점 52-47, 공격 성공률 40%-37.9%, 블로킹 11-9, 서브에이스 3-1, 리시브 효율 42.86%-35.21%, 디그 73-69 등 모든 부문에서 흥국생명을 앞섰다. 3세트 내내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은 채 승리를 따낸 GS칼텍스의 성공 요인은 전력이 강화된 흥국생명에 큰 부담을 안고 있던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큰 교훈과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의 승리였다. 상대 공격을 예측해 미리 자리를 잡는 GS칼텍스의 수비 시프트가 성공했다. 선수들은 상대 공격을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냈다. 이 바람에 결승전 13득점에 그친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28.57%, 공격 효율은 11.9%에 그쳤다. 준결승부터 하락 기미를 보였던 이재영도 17득점에 공격 성공률 39.02%, 공격 효율 24.39%를 기록했다.
6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서브도 통했다. 리시브 효율이 40~50%까지 올랐던 흥국생명은 강소휘~안혜진~이소영의 날카로운 서브에 첫 박자부터 비끗했다. 특히 3명의 리시버 중 이재영을 집중 공략한 것이 효과를 봤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여기저기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던 세터 이다영의 패스도 정확성이 크게 떨어졌다. 중앙 속공 등 세트플레이가 줄어들면서 GS칼텍스의 블로킹은 수월해졌고, 유효블로킹 후 득점이 많아졌다.
김연경을 잘 마크한 최장신 러츠(25득점·공격 성공률 42%)가 높이의 장점을 발휘했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강소휘(14득점·공격 성공률 48.15%·공격 효율 40.74%)가 고비마다 클러치 공격을 성공시켰다. 운도 많이 따랐다. 흥국생명은 4연승을 거두는 동안에도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는데, 결승에서도 이 불안증상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동안 흥국생명의 대항마로 첫 손에 꼽혔던 GS칼텍스는 젊은 선수들의 기세와 스피드, 운동능력으로 이변을 만들었다. 배구에선 높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는 것도 확인시켰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흥국생명 선수들의 리듬과 템포는 평상시보다 빨랐다. 서두르다보니 실수가 많았고, 정확성은 떨어졌다. 반대로 부담이 적었던 GS칼텍스 선수들은 훨씬 여유로웠고, 경기의 리듬을 자신들의 박자대로 주도했다.
흥국생명은 부진하던 외국인선수 루시아가 16득점, 53.57%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패배 속에서도 얻은 수확은 있었다. 그동안 배구의 속성을 잘 모르는 주위사람들이 말하는 ‘무실세트 우승’,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과 같은 허상에 선수단이 더 큰 부담을 가지고 실체 없는 상대와 싸웠지만, 이번에 냉정한 현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입에는 쓰지만 정말 도움이 되는 보약일 수도 있다. ‘우승은 결코 거저 오지 않고 배구는 단체경기’라는 것을 확인한 흥국생명에는 한 달여 남은 시즌 준비가 더욱 치열하고 치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