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보통 한번 주장이 정해지면 시즌 끝까지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산은 이례적 선택을 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은 앞으로 김재호와 함께 뒤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재원이 이번 시즌 야구도 잘 안 되고 2군에도 오래 있어서 주장 자리를 버거워했다. 그래서 수석코치와 상의해 바꾸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전격적 결정인 듯 ‘오재일이 어떻게 이를 받아들였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 그 대신 김 감독은 “그동안 오재일이 부주장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그 밑에는 김재환이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오재일은 이미 준비된 주장이고, 최근 팀 사정상 본인도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종목보다 한 팀의 인원이 많기에 프로야구에선 주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주장을 경험했던 김 감독은 “주장이 힘들다. 선수와 구단,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본인 야구도 하면서, 중간에서 소통하고 해줘야 할 역할이 많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팀 성적이 나쁘면 주장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베어스의 초대 주장은 1982년 김우열이었고, 김 감독은 제10대 주장이었다. 2000년 이후로는 김태형~안경현~김민호~김동주~홍성흔~손시헌~임재철~오재원~김재호 등이 주장을 경험했다. 이 중 2012년 임재철, 2017년 김재호 주장 체제에서 이종욱, 김재환, 오재일 등이 임시주장을 한 적도 있다. 사정에 따라 임시주장 임명 또는 주장 교체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내가 주장을 할 때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인원이 많아져서 선수단 통솔이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주장의 말 한마디에 팀 전체가 따르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의 진짜 역할을 강조했다.
잠실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