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거리는 한산해도 극장은 뜨거웠다

입력 2020-10-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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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를 뚫고 21일 개막했다. 발열 점검, 전자출입명부, 띄어 앉기 등 철저한 방역 아래 영화 관람에 집중했다. 사진은 관객들이 두세 칸씩 띄어 앉아있는 ‘사라진 시간’의 관객과의 대화(GV) 현장.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보니…

초청작 192편…편당 1회만 상영
스크린 별들, 관객과 온라인 Q&A
“되레 쾌적하고 안전하게 영화 봐”
토요일인 24일 오후 너른 광장에는 사람 왕래 없이 차가운 바람만이 불어왔다. 평소 주말의 여유로움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대던 광장은 사방에 둘러 처진 바리케이드로 을씨년스러웠다. 입구에선 방역요원들이 발열 점검, 전자출입명부(QR코드) 등록 등을 안내했다. 예년 같으면 관객으로 가득했을 공간, 감염병 확산 여파 속에서 21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0일까지 5개 스크린에서 68개국 192편의 초청작을 편당 단 1회만 상영하는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안팎의 풍경이다.

“오히려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을”
부산국제영화제는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행사 없이 오로지 영화만을 상영한다. 해외 영화관계자 초청을 취소하고, 취재진에게는 프레스카드 대신 일일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24일 기자 출입증의 출입 허가일이 전날임을 확인한 방역요원은 안내데스크에까지 따라와 재발급 과정을 지켜본 뒤 바코드를 입력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치밀한 노력이다.

힘차게 나부끼던 영화제 깃발도 올해는 보이지 않는 광장. 열기는 대신 극장에서 피어올랐다.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이 이날 오후 1시 상영된 영화의전당 중극장. 각 상영관 좌석의 25%만 온라인 예매를 진행해 전 석 400석의 100석이 채워졌다.

관객들은 상영 직후 진지한 표정으로 감독에게 “시원하게 해설해 달라” “조진웅을 캐스팅한 이유가 뭐냐”는 등 영화에 관해 물었다. 관객은 온라인 ‘Q&A 페이지 접속’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올리고 무대 위 감독이 이에 답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세 편의 상영작을 예매해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직장인 유소진(28)씨는 “많은 국내외 영화제가 취소되는 상황에 방역을 앞세워 작게라도 개최해 다행이다”면서 “오히려 쾌적하고 안전하게 영화를 볼 수 있어 색다르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나리’의 무대인사.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스타들의 동참 속 25살 청년의 새 다짐
관객 열기에 스타들도 화답하고 있다.

초청작 ‘미나리’의 윤여정·한예리, ‘사냥의 시간’ 이제훈 등이 23일과 24일 직접 관객을 만났다. 일본 가와세 나오미·미국 프레데릭 와이즈먼 등 해외 감독들은 온라인 영상으로 인사했다. 김혜수·주지훈·강하늘 등과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 등 스타들은 25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아시아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온라인 시상식에 참여했다. 차승재 운영위원장은 “각 후보들이 편하게 온라인으로 대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관객 만남의 공간도 확장했다. 21일 베트남영화 ‘은밀한’과 태국영화 ‘스쿨 타운 래퍼’를 부산과 현지에서 동시 상영하고 각각 대화 자리를 열었다. 부산을 찾지 못한 해외 관객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무대였다.

24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감염병 확산 여파와 빠듯한 예산 속에 오프라인 무대가 위험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영화의전당 인근 APEC나루공원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부산시와 함께 ‘영화의 숲’을 조성하는 마당에서 배우 유준상·최서희, ‘해운대’ 윤제균 감독도 나무에 이름을 내걸었다. 내년에도 또 다른 스타들이 나무를 심는다. 이 이사장은 “(감염병 사태에)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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