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가능성 봤다” LG 루키 이민호, 돈 주고도 못 살 가치를 얻었다

입력 2020-11-05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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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민호. 스포츠동아DB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1차전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LG 트윈스 이민호(19)의 선발등판이었다.

입단 첫해 포스트시즌(PS)에 선발등판한 고졸신인 투수로 이름을 올린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경기로는 20번째, 선수로는 13번째다. 그만큼 이민호의 선발등판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적장인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도 “신인선수가 큰 게임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잘해왔다는 뜻”이라고 칭찬했고, 주장 오재일도 “정말 씩씩하게 자기 공을 믿고 던지는 투수”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적어도 입단 첫해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 것만은 분명했다. LG 류중일 감독이 주저 없이 이민호의 준PO 1차전 선발등판을 결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결과는 3.1이닝(66구) 5안타 1홈런 4사사구 4삼진 4실점(3자책점)으로 패전이었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 PS의 현실을 고려하면, 꽤나 아픈 경험이다. 본인도 4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가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다른 승부욕을 지닌 이민호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표정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0-3으로 뒤진 상황이었음에도 LG 팬들은 이민호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단기전이지만, 신인 투수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고 내려온 모습을 인정한 것이다. 2차례 몸에 맞는 볼이 아쉬웠지만, 최고 구속 149㎞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 본인의 레퍼토리를 모두 보여줬다.

통산 5차례(2011~2015년)나 한국시리즈(KS)를 치르며 4차례 우승을 이끈 류 감독이 ‘단기전 선발’ 이민호를 인정한 것만큼 큰 가치는 없다. 류 감독은 “(이)민호에게 굉장한 가능성을 봤다”는 말로 평가를 대신했다. 이 한마디는 이민호가 PS 데뷔전을 통해 돈 주고도 못 살 자산을 얻었다는 증거다. 밝은 미래는 본인이 만들면 된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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