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62년 빌보드 역사 바꿨다

입력 2020-12-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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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신곡 ‘라이프 고스 온’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62년 빌보드 역사상 한국어 노래가 이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신곡 ‘라이프 고스 온’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62년 빌보드 역사상 한국어 노래가 이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① 한국어 노래 ‘라이프 고스 온’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사상 첫 1위
② 앨범 ‘빌보드200’과 싱글 ‘핫100’ 동시 석권
③ 비지스 이후 42년만에 최단기간 3곡 정상
④ 한국어·라디오 노출 한계, 음원판매로 극복
⑤ 포브스 “서구음악의 인종 차별 뒤집어 엎었다”
“방탄소년단의 대관식!”

1일(이하 한국시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노래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사상 처음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오르자 세계적인 대중음악 전문지 빌보드가 탄성을 내질렀다. “역사적이다”는 찬사도 덧붙였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의 순위를 보여주는 ‘핫 100’에서 한국어 가사의 곡이 1위에 오른 것은 1958년 시작된 빌보드 차트 62년 사상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새 앨범 ‘BE’로 30일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5연속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으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라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를 동시 석권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온전히 한국어 가사로, 또 멤버들이 앨범 제작 과정 전반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한국어로 전 세계에 전한 위로의 메시지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라이프 고스 온’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모두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일부 후렴구를 뺀 대부분 가사가 한국어다. 빌보드는 “1987년 ‘라밤바’, 1996년 ‘마카레나’, 2017년 ‘데스파시토’ 등 스페인어 노래가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지만, 비영어권 노래 중 한국어가 1위를 차지한 건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10월 영어 노랫말로 쓴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가수 첫 ‘핫 100’ 1위에 이어 피처링한 조시 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과 ‘라이프 고스 온’까지 최근 발표한 세 곡을 잇따라 정상에 올려놓았다. 3개월 남짓 기간에 거둔 성과이다. 빌보드는 “그룹 비지스(1977년 12월부터 1978년 3월까지 2개월 3주 동안)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 ‘스테잉 얼라이브’, ‘나이트 피버’ 등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수록곡 이후 42년여 만에 최단기간 ‘핫 100’ 1위를 세 번 기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라이프 고스 온’까지 “차트 진입과 함께 1위에 등극하는 ‘핫 샷’ 기록을 쓴 첫 그룹이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이에 “앞으로 더 좋은 앨범을 들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구 음악산업을 뒤집어엎었다”
‘핫 100’은 미국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실적과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고른 비중으로 합산해 순위를 산정한다. 따라서 라디오 방송 횟수를 무시할 수 없다. ‘다이너마이트’가 영어 노랫말을 앞세워 1위를 차지했던 것도 이에 기댄 바 컸다.

하지만 ‘라이프 고스 온’은 달랐다. 지난 한 주(11월20일∼26일) 동안 41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돼 ‘다이너마이트’의 첫 주 116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방송 횟수를 기록했다. 대신 1490만회의 스트리밍 실적과 15만건의 디지털 및 실물 앨범 판매고(닐슨뮤직 집계)로 한국어 가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의 활약상에 주목해온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일 “진정으로 경이로운 것은 BTS의 한국어 신곡이 라디오 방송, 리믹스 앨범 발매, 번들 판매(다른 상품과 묶어 앨범을 발매하는 것)의 도움을 받지 않고 빌보드 1위에 데뷔했다는 점”이라면서 “이번 성과는 BTS가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썼다. 이어 “BTS는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뿌리를 둔 낡은 관습의 서구 음악산업을 뒤집어엎었다”며 “BTS가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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