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직무정지’ 키움, 이사회 개최-감독 선임 더 복잡해져

입력 2020-12-29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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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허민 이사회 의장.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가 구단 내부 의사결정에 큰 암초를 만났다.

키움은 28일 KBO로부터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징계 조치를 받았다. 지난달 말 전 소속선수 이택근이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한 뒤 이와 관련한 KBO 상벌위원회가 22일과 23일 열렸다. 이택근은 구단이 CCTV로 팬을 사찰했다는 내용을 KBO에 알렸고, KBO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경위를 확인했다. 그 조사 결과와 선수 및 구단의 입장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28일 최종적으로 징계를 발표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일단 엄중경고에 그쳤다. 그런데 키움으로선 그 다음이 문제였다. 허민 이사회 의장이 2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KBO는 허 의장이 지난해 6월 2군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갑질야구’를 한 것에 대해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못 박았다. 당시 허 의장은 현역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마운드에서 실전과 같이 투구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은 KBO의 징계 결정 이튿날인 29일 입장문을 내놓았다. 우선 “구단 및 단장에 대한 엄중경고 처분에 대해 KBO의 징계를 수용한다”며 “KBO와 히어로즈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허 의장의 징계에 대해선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향후 진행되는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복’ 선언이다.

최종 결재권자인 허 의장의 직무정지는 키움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구단 관계자는 29일 “허 의장에 대한 징계조치가 나와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구단 내부 의사결정이 지금보다도 더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현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군 감독 자리가 공석이다. 손혁 전 감독이 올해 시즌 도중 사퇴했고,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는 포스트시즌 종료와 함께 끝났다. 연내로 새 감독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여러 구단 내부사정으로 인해 결단은 미뤄지기만 했다.

하송 전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모든 일정이 꼬였다. 키움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려면 이사회에 이어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사회 의장이 직무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음에 따라 이사회 일정은 다시금 무기한 연기됐다.

허 의장의 직무정지는 내년 2월 말이 돼야 끝난다. 스프링캠프 막바지로 접어들 시기다. 내부 업무공백으로 인해 사장은 물론 사령탑도 없이 스프링트레이닝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 대안은 의장 직무대행을 뽑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키움의 대표이사 및 감독 선임은 더 지체될 수밖에 없다. ‘영웅들’의 기약 없는 표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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