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연예계 올해의 인물①]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4관왕…美 장벽을 허물다

입력 2020-12-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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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92년 역사 새로쓴 봉준호

기생충 작품상, 비영어권 영화 최대 성과
현실의 빈부 문제로 세계 관객들과 교감
“코로나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
봉준호와 방탄소년단. 2020년을 대표한 두 인물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그룹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를 싹쓸이 했다. 나란히 세계 영화사와 음악사를 다시 쓰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감염병 사태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이 전한 영화와 노래는 단순한 역사를 넘어 우리의 자부심이자, 위로의 메시지였다.

봉준호 감독은 올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움직였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세계영화사를 다시 썼다. 2021년에도 그가 만든 ‘역사’ 위에 희망의 여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 인터뷰를 통해 희망을 말했다. 바이러스 퇴치의 강렬한 열망이면서, 쌓아온 다양한 성과 위에서 나아갈 새로운 길에 대한 바람일 것이다.

성과의 정점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이었다. 그는 지난해 선보인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국제장편영화상 등을 거머쥐었다. 특히 한진원 작가와 함께 각본상을 받고 감독상까지 품에 안으며 오롯한 명장의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이는 세계영화사를 다시 쓰게 한, 뚜렷한 전환의 장면으로 남았다.

세계영화사 다시 썼다

‘기생충’의 작품상은 1927년 제정된 아카데미상의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가 거둔 최대 성과로 꼽힌다. 단일 작품의 4관왕도 아카데미상 사상 최초 기록이다.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100년사를 다시 쓴 뒤였다.

“세계의 승리”(AP통신), “아카데미상 92년사의 새로운 시대”(CNN·가디언) 등 극찬이 쏟아졌다. 특히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 So White·백인남성 중심에 대한 비판)‘로 대표되는 보이콧에 맞서 인종 다양성 확보에 노력한 역사적인 승리”라 평했다. 인종과 젠더 등 차별로 상징되는 보수적 분위기의 아카데미상이 다양성을 향한 변화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보편성 가치 다시 쓰다

‘기생충’은 ‘갖지 못한 자’ 기택(송강호)과 ‘가진 자’ 박동익(이선균)을 중심으로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빈부의 격차, 양극화의 문제를 고발하며 ‘가족희비극’의 보편적 이야기로 인정받았다. 봉 감독은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에 관객이 공감한 덕분이다”면서 “시대의 민낯을 최대한 솔직히 그리려 했다. 그것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을 품에 안고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와 문화, 정서의 차이는 영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를 나누는 데 결코 장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수상 소감이었다.

영화, 다시 쓴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 신작을 모색 중이다. “한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를 동시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영화의 경우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린다. 또 영어 영화는 “2016년 런던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는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는 할리우드 진출 “계획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를 통해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자로서 자신의 역할도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봉 감독은 말했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는 말, 다시 새로운 길 위에 서겠다는 다짐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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