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성.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SNS
하지만 프로 무대에선 쓴 맛을 봤다. 2013년 1순위로 FC서울에 입단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 해 단 1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3년간 3골을 넣고 군 입대(상주 상무)를 했다. 상무에서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2017년 서울에 복귀했지만 출전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다. 최고의 유망주는 그렇게 빛을 잃어갔다.
2019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두기엔 아직 젊었다. 게다가 당시 결혼해 첫 아이를 얻은 상태여서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뛸 곳을 알아보던 차에 김해시청 윤성효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프로무대가 아닌 K3여서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뛸 수만 있으면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K3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19경기 출전 9골을 기록하며 골 감각을 되찾았다. 김해시청의 K3 원년 우승에 힘을 보탰다. K3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널리 알린 한 해였다.
다시 기회가 왔다. 68경기 7골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프로 무대를 떠난 지 1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K리그2(2부) 전남 드래곤즈가 그를 불렀다.
박희성은 진지했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김해시청에서 뛸 때 1년 안에 프로리그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는데, 그걸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간인 것 같다. 신인의 자세로, 간절한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에서 한번 실패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또 제가 잘 하는 선수인줄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았다”면서 “이젠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여줄게 남았다고 했다. 그는 “김해시청에서 뛰면서 체력과 경기 감각을 되찾았다. 자신감도 붙었다”면서 “프로 무대에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는데, 이제 그 기회를 살리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박희성의 고향은 전남 여수다. 여수미평초와 여수구봉중을 나왔다. 어릴 때부터 전남 경기를 많이 보면서 자랐다. 전남 입단이 우연은 아닌 듯 했다. 그는 “전남 경기를 보면서 프로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이렇게 입단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면서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선발이든 교체든 출전하기만 하면 팀의 승격에 힘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