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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인터뷰] 데이터로 중무장한 국보…SUN, “놀지 않고 공부한 보람”

입력 2021-02-1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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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021 스프링캠프를 찾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스포츠동아DB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021 스프링캠프를 찾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스포츠동아DB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58)의 표정은 밝았다. 젊은 투수들에게 자극을 주는 동시에 본인도 자극을 받았다. “오히려 내가 더 배워간다”는 소감이 결코 빈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한 나흘은 LG 트윈스에 가득한 투수 유망주들과 선 전 감독에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선 전 감독은 15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를 또 찾았다. 10, 11, 14일에 이어 4번째다. 16일 KT 위즈의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군으로 내려가는 스케줄이라 LG 캠프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LG 측에서 이천에 숙소를 마련했지만 매일 서울 자택을 오가며 설 연휴도 잊은 채 선수 지도에 열중했다. 선 전 감독은 일정을 마무리한 뒤 취재진과 만나 “내가 더 배웠다. 이런 기회를 주신 류지현 감독과 차명석 단장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큰 공부가 됐다”고 밝혔다.

고마움의 이유는 ‘기회’였다. 선 전 감독은 지난해 한 언론사에 야구 칼럼을 연재했다. 칼럼은 수직 무브먼트, 피치 터널링 등 메이저리그(ML)에서 유행하는 데이터로 가득했다. 프로 초창기를 겪은 지도자들이 직관에 의존한다는 편견을 깨트렸다. 야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최신 야구 트렌드 연구에 매진한 결과였다. 지난해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접목시킨다는 것은 선 전 감독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트랙맨 등 트래킹 데이터를 연구했다. 다만 이론을 공부했을 뿐 현장에서 이를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에게 접근해 ‘이런 장점이 있으니 이렇게 해보자’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 물론 LG 투수들의 자세한 데이터는 류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데이터분석팀이 더 잘 알 것이다. 나흘 있으면서 얼마나 대단한 걸 알려주겠나. 그저 공부했던 걸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놀지 않고 공부한 게 보람됐다.”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좋은 유망주가 즐비한 LG이기에 선 전 감독의 시간도 바빴다. 이정용, 이찬혁, 남호, 손주영 등 젊은 투수들이 ‘레전드’의 눈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이민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선 전 감독은 “이민호는 지난해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도 정말 잘 던졌다. 좋은 밸런스로 던지니까 수직 무브먼트도 좋았다”며 “두 차례 불펜피칭을 봤는데 본인의 의도대로 던졌다. ‘볼볼’ 하지 않는 투수다. 향후 대투수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이민호는 이런 평가에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나”라고 반문한 뒤 “한국야구 최고 레전드가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는데 그만큼 더 노력해 꼭 선 감독님 같은 대투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선 전 감독은 16일부터 KT 투수들을 지켜본다. 휴식일에는 김응용 전 감독이 있는 개성고에도 들를 예정이다. 선 전 감독은 “유소년야구에 재능기부를 생각 중이다. 또 책을 다시 쓸 생각이다. 야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분들과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공부도 이어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한국야구 최고의 전설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달라진 ‘국보’의 이번 나흘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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