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채지선이 17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천|강산 기자
명암은 뚜렷했다. 그토록 꿈꿔왔던 1군 무대를 밟고 첫 승까지 따내며 목표를 달성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기복이 컸던 탓에 자신의 강점을 100% 보여주지 못했다. 2020시즌 기록은 37경기에서 1승2홀드, 평균자책점 4.91이다.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돋보였지만, 제구력 개선이라는 숙제도 남겼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18일 기복 줄이기와 제구 안정을 채지선의 연착륙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하루 전(17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채지선 역시 “제구 개선에 중점을 두고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채지선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직구와 구속 차이가 크진 않지만, 마치 포크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낙폭이 크다. 제구가 뒷받침되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재훈 투수코치와 배영수 불펜코치가 기술보다 멘탈(정신력)을 강조하며 채지선의 기를 살려주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직설적 조언에 자극받기도 하지만, 채지선은 “오히려 확실하게 말씀해주셔서 좋다. 동기부여도 커진다. 무엇보다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웃었다.
1군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자산이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2021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버팀목이다. “60이닝”을 올 시즌 목표로 삼았을 정도로 배포가 커졌다. 이유를 묻자 “무조건 지난해보다 2배 더 잘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체인지업의 제구가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운드에서 긴장하다 보니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 바운드가 되더라. 올해는 삼진을 잡겠다는 욕심보다는 그저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는 생각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