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부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다”며 5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기부 서약을 했다.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에 실린 김봉진-설보미 부부. 사진출처|더기빙플레지 캠페인 페이지
‘배달의 민족’ 김봉진 의장, 한국인 첫 ‘더기빙플레지’ 서약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어 기부 선언
“빌 게이츠의 서약 기사 읽고 꿈꿔”
‘흙수저’ 기업가들 통큰 기부에 관심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다. 두 의장은 자수성가한 창업가, 그것도 대표적인 ‘흙수저’ 벤처기업가로 분류된다. 해외에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가들이 많다. 국내에서도 통 큰 기부를 하는 재계 총수들도 있고,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을 쏟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재산 중 많은 부분을 내놓고, 기부주체가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어려운 형편을 딛고 성공을 일군 기업가들의 연이은 대규모 기부 선언이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바꿔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어 기부 선언
“빌 게이츠의 서약 기사 읽고 꿈꿔”
‘흙수저’ 기업가들 통큰 기부에 관심
이번에 김봉진 의장이 기부 서약자로 인정받은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도 2010년 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회원의 약 75%가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현재 24개국, 218명이 기부를 선언했다. 그 중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등이 있다. 김봉진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 219번째 기부자가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25번째 서약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더기빙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선언이다. 회원들은 해결하고 싶은 이슈에 따라 국내외의 자선단체, 비영리단체에 자유롭게 기부하며 선언을 이행하게 된다. 이 단체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김봉진 의장의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봉진 의장은 서약서에서 “아내 설보미와 저는 평생 동안 우리 부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다”며, “10년 전 직원 20명 미만의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서약을 한다는 기사를 읽고 언젠가 스스로 서약을 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범수 의장은 8일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액은 5조 원인 넘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의장은 사내 구성원 간담회를 통해 기부 계획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두 의장이 재산을 기부하게 된 배경은 어려웠던 성장시절을 겪었던 만큼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를 대물림해 온 재벌과 다른 점이다. 김범수 의장은 1999년 한게임을 창업한 뒤 네이버와 합병했고, 2010년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내놓았다. 국내 주식부자 순위 5위 안에 꼽히는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가다. 하지만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올 만큼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다. 김 의장이 지난달 친인척들에게 카카오 주식을 증여한 것도 이런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란 얘기가 많다.
김봉진 의장은 2011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해 ‘배달의민족’을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1위로 키웠다. 그리고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김봉진 의장이 매각 대금으로 받은 DH 주식 가치가 뛰면서 현재 그의 재산은 1조 원 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 전라남도 완도 출생인 김봉진 의장은 “고등학교 때 방이 없어 손님들이 식당을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미술 대학을 진학 할 수 있는 학비도 겨우 감당했다”고 회상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