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경기력이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 꼽힌다. 올 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 받았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는 SK를 제외한 9개 팀 감독 중 무려 7명이 우승후보로 SK를 거론했을 정도다.
시즌 초반까지는 기대대로 선두권을 유지했지만, 2라운드 들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3일 현재 17승24패로 8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선 1승4패다. 현재로선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마저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SK의 부진에는 주축선수들의 줄 부상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센터 자밀 워니(27·199㎝)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데 있다. 워니는 지난 시즌 최고의 선수였다. 정규리그 43경기에서 평균 20.4점·10.4리바운드·3.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정규리그 공동 1위로 이끌었다. 시즌 후 최우수외국인선수상도 차지했다.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숀 롱(울산 현대모비스), 타일러 데이비스(전주 KCC), 아이제아 힉스(서울 삼성) 등 특급외인들의 등장 속에 워니는 단 한 시즌 만에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올 시즌에는 41경기에서 평균 18.3점·8.3리바운드·2.0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4라운드 이후 14경기에선 평균 15.8점·7.6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2점슛 성공률은 46.7%다. 골대에서 가까운 페인트존 근처에서 주로 공격하는 센터임을 고려하면 50%도 안 되는 2점슛 성공률은 낙제점에 가깝다.
SK 문경은 감독은 “워니가 A매치 휴식기 동안 훈련을 충실히 했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오히려 경기력은 더 떨어졌다. A매치 휴식기 이후 3경기에서 워니는 평균 7.6점으로 부진했다. 퇴출시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력이다.
SK는 워니를 교체할 만한 시기마저 놓쳤다. SK와 6위 인천 전자랜드(21승21패)의 격차는 3.5경기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1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오랜 기간 SK에서 몸담았던 애런 헤인즈(40·200㎝)가 입국해 있어 바로 합류가 가능하지만, 마냥 교체할 수도 없다. 헤인즈를 영입한다고 해도 PO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리한 교체는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코칭스태프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SK는 워니의 경기력이 개선되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이미 타 팀 외인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된 터라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계륵’이 따로 없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