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뿐만 아니라 행복도 찾아주는 ‘코칭 심리’ 전문가 정그린 대표

입력 2021-04-01 13:3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그와 함께 한 선수들은 “나만 알고 싶은 멘털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선수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관계자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 인사다. 그만큼 탁월한 ‘멘털 코치’이자, ‘삶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을 비롯해 골프 지존 신지애(3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 스타 최혜진(22), 한국 남자 골프 간판 김경태(35), 배상문(35). 여기에 교포인 리디아 고(24·뉴질랜드)도 있다. 종목을 넓혀보면 탁구 신동 신유빈(17), 피겨 스타 차준환(20), 당구 퀸 이미래(25)까지….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코칭 심리 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이사(39)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인 코칭 심리는 잠재력을 일깨워 장점을 극대화하고 목표 설정 및 수행까지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치유적 개념이 강한 상담 심리와 다르고, 일정한 루틴 같은 행동 패턴을 통한 심리적 기법을 다루는 멘털 트레이닝과도 차이가 있다. 코칭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해법 전달의 의미가 강한 티칭과도 다르다.

기업교육사업을 하며 리더십 코칭 등을 강의하던 정 대표는 2013년 골프 선수들의 미디어트레이닝을 맡아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은 뒤 수많은 영광을 함께 했다. 이정은6(25)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후 2019년 6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정 대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던 것처럼 그의 ‘고객’들은 정상에 서면 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대표는 “의외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 중에서도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선수들이 많다. 코칭 심리의 첫걸음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긍정적 마인드로 더 나은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시간만큼은 전적으로 그들의 시간으로 만들어주려고 한다. 대화의 주제도 딱히 제한이 없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서 ‘케미’로 연결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한 인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를 묻자 고진영을 떠올렸다. “고 프로 신인 시절이던 2014년, 2시간짜리 성향진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 만났다. 고진영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 선수는 ‘잘 될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렬했다. 성취욕도 있고, 이루고자 하는 열망도 강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엇을 구체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끝날 것 같았던 고진영이 정 대표를 찾은 것은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할 때쯤이었다. 외부 환경 변화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고진영에게 정 대표는 “집착과 몰입은 다르다. 필드에서 여유를 갖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넸고, 그 뒤 고진영은 필드 안팎에서 “행복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결국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골프장에서도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요즘도 고진영은 매주 한 시간 이상씩 화상통화를 한다. 둘의 대화는 골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소한 사생활부터 필드 위 순간까지 모든 것이 화제가 된다. 물론 둘 만의 대화는 둘 만의 비밀로 남는다. 그런 믿음 속에 고진영은 정 대표와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모색하며 행복도 찾는다.

정 대표는 “선수들과 대개 1년 단위 계약을 맺는데, 그 중 80% 이상이 재계약을 원한다.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은 도전을 하기위해 연습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때론 실패도 경험할 수 있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똑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선수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성적을 위해 그를 찾지만, 고진영처럼 그와 함께하다보면 삶의 행복도 찾게 된다. 정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멘털 코치이면서 사업가인 정 대표는 “분위기 무거운 상담이나 왠지 찾기 어려워 보이는 정신과 병원과 달리 코칭 심리는 즐겁게,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갖고 있다”면서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에 헬스케어까지 세 가지를 묶은 사업구도를 구상하고 있다. 리더십 코칭에 더해 학생들의 성취욕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학습 코칭 등으로 사업 분야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1시즌 KLPGA 투어가 8일 시작된다. 겨우내 땀을 흘린 선수들은 시즌 개막을 기다리며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도 느낀다. 이런 선수들에게 정 대표가 건네는 조언은 무엇일까. 라운딩을 나가 첫 홀을 앞둔 아마추어 골퍼는 물론이고 삶이란 길을 걷다 낯선 도전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새겨둬야 할 말이다.

“시작 단계에서 긴장도는 올라가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려움도 느끼게 마련이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때 두려움과 긴장감이 쏟아진다. 앞날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연습했던 것을 테스트한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져라. 여유가 있어야 맑은 머리로 내가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다.”


● 정그린 대표이사는?
▲1982년 생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코칭심리 전공)·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산업심리 내 코칭심리 전공) ▲한국심리학회·한국코칭심리학회 정회원 ▲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이사(2016년~)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