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C 송교창, 고교 농구유망주 감동시킨 ‘키다리 형’

입력 2021-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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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는 주인공 주디와 그를 남몰래 돕는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그림자 후원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오랜 기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최근 국내 고교 농구 유망주 신입생들에게는 농구화를 선물로 준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가 화제였다.

2월말부터 한 달간 전국 30개교에 입학한 150여명의 신입생 선수들은 익명의 한 프로농구선수로부터 농구화를 선물 받았다. 이를 두고 그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입소문을 타면서 정체가 드러났다.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키다리 형’이었다. 그의 정체는 전주 KCC 포워드 송교창(25·200㎝)이었다. 평소 농구 유망주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온 송교창과 그의 부친 송희수 씨는 올해 초 ‘굿투게더’ 노경용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농구 꿈나무 지원 단체인 굿투게더는 2007년부터 고교 선수들에게 오랜 기간 농구용품을 지원해왔다.

노 대표는 4일 “처음에는 송교창 선수가 모교(삼일중·삼일상고) 선수들을 도우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더 많은 선수들을 돕길 원하더라.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아예 전국 고교 신입생 선수들로 규모를 넓혔다. 중고농구연맹에 등록된 전국의 모든 학교(30개)를 조사해 신입생 선수들에게 농구화를 지원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농구전문매장 ¤시티의 도움을 받아 송교창을 대신해 2월 서울·수도권 지역을 시작으로 한 달여 동안 전국 30개교를 돌아다니며 농구화를 전달했다.



송교창은 자신이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KCC 구단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노 대표는 “송교창 선수가 유망주들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생각한 일이다. 자칫 왜곡되게 비춰질 수 있어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로 콘셉트를 잡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전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안 알려질 수가 없더라. 농구화를 받은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키다리 아저씨’ 해시태그를 달면서 입소문을 탔다. ‘키다리아저씨 프로젝트’를 매년 새 학기마다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정체가 드러났다. 시즌이 끝나면 송교창 선수와 다른 형태의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과거의 학교폭력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인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국내 학교체육의 현실 속에 후배들을 향한 송교창의 따뜻한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기에 충분한 미담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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