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대승’ 전자랜드, 준비한 전략 다 쓰지도 않았다

입력 2021-04-11 1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사진제공|KBL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옛말이 있다.

10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고양 오리온-인천 전자랜드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이 그랬다. 전자랜드는 초반부터 오리온을 압도한 끝에 85-63 완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4위(오리온)와 5위(전자랜드)의 ‘봄 농구’ 맞대결치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과 결과였다. 프로팀과 대학팀의 경기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상대 맞춤형 전술을 준비한 전자랜드 코칭스태프와 이를 잘 따른 선수들이 빚어낸 결과다. 유도훈 감독(54)을 비롯한 전자랜드 코칭스태프는 정규리그를 마친 뒤 오리온과 6강 PO에 대비한 준비를 했다.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오리온 주포 이대성(31·190㎝)의 봉쇄였다. 이대성은 정규리그 전자랜드와의 6차례 대결에서 3점슛 성공률은 21.9%에 그쳤지만, 2점슛 성공률은 52.6%를 기록했다.

유 감독은 “이대성이 김낙현을 상대로 포스트 공략을 잘하는 편이어서 우리 팀을 만나면 페인트존 득점률이 80%에 이른다. 이 확률을 떨어뜨리는 수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성이 2대2를 하다가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까지 고려했다. 깊게 들어오면 외곽으로 (이대성의) 패스가 잘 안나간다. 그래서 이대성을 안쪽으로 몰아 조나단 모틀리에게 견제하도록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방법은 완벽하게 통했다. 이대성은 7개의 2점슛을 시도해 단 한 개도 넣지 못했다.

전자랜드가 가장 원한 것은 오리온 강을준 감독(56)이 이대성을 경기에서 빼는 것이었다. 인사이드 득점이 막힌 이대성이 무리한 플레이를 하자 강 감독은 3쿼터 중반부터 사실상 경기에서 제외시켰다. 가뜩이나 공격 옵션이 적은 오리온이기에 이대성이 빠진 뒤로는 득점을 할 동력이 사라졌다. 전자랜드가 원하던 대로였다.

전자랜드는 12일 고양에서 펼쳐질 2차전마저 잡고 시리즈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유 감독은 “1차전에서 선수들이 준비한 수비를 잘해줬다. 이승현이 출전하는 상황까지도 고려해서 준비했다. 2차전도 잘 준비해 치를 생각이다. 1차전처럼 쉽게 풀리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잘 안 됐던 부분을 다시 짚어보고 정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