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기웅 “현대인들의 흔들리는 마음 그려가고 싶어요”

입력 2021-04-12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작품 하나하나가 전부 제 ‘자식’ 같아요.” 배우 박기웅이 서울 삼성동 럭셔리판다에 걸린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신인 화가가 된 16년차 연기자 박기웅

최근 ‘한국회화전 K아트상’ 수상
완성품만 50여점…온라인상 화제
“유화 묵직한 매력, 빠져 보실래요?”
“16년 동안 배우로서만 인터뷰했는데…. 영 어색해요.”

박기웅(36)이 자신의 그림 옆에서 “쑥스럽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2005년 데뷔해 인터뷰가 익숙할 법하지만 “떨린다”고 말했다. 미술작가로 새롭게 나선 자리이기 때문이다. “화가로는 갈 길이 먼 초보 중 초보”라며 겸손해하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제22회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특별상인 ‘K아트상’을 받으며 벌써 결실을 보고 있다. 오랫동안 키워온 미술을 향한 열정의 힘이다. 8일 서울 삼성동 럭셔리판다에 걸린 수상작 ‘에고’(Ego)를 소개하는 눈빛에도 설렘과 흥분이 넘실댔다.

박기웅의 ‘그림 사랑’은 꽤 오래됐다. 2003년 대진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창 시절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 번도 그림을 놓아본 적이 없다”고 돌이켰다.


“붓을 한 번 놓으면 손이 금방 굳어요. 그게 스스로도 용납이 안 됐어요. 그래서 촬영 일정이 아니면 매일 붓을 들었죠. 하루에 길게는 열 시간 가까이 캔버스 앞에서 보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집이 작업실이 다 됐어요. 방 전체를 김장용 비닐로 싹 두르고, 바닥에는 플라스틱 데크를 깔았죠. 큰 규모의 작품들을 그릴 수 있도록 층고가 높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게 꿈이 됐다니까요.”

수채화부터 아크릴화, 소묘 등 다양한 소재를 섭렵하다 유화의 “묵직한 매력”에 빠졌다. 서양화가 김성윤 등 오랫동안 교류해온 작가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렇게 완성한 50여 점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공개된 작품들도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 작품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 아닐까요? 하하하! 배우로서 화제가 따라온 것도 있겠죠. 그래서 언젠가는 이름을 빼고 그림을 공개하려는 마음도 있어요. 비유하자면 ‘계급장 떼고’ 나서고 싶은 거죠. 그래야 공정하니까요. 물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부단히 실력을 쌓아 올려야겠죠.”



화가로 정식 데뷔한 만큼 “책임감과 무게감”도 따른다는 그는 “이유를 모를 만큼 재미있는 그림”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누구나 쉽게 회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 갤러리가 아닌 명품 매장에 그림을 내걸었고, 조만간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작품을 선보이고 상을 받은 건 운이 좋아서였어요. 눈을 가리거나 얼굴을 흔드는 패턴 등을 넣은 그림을 보고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는 관람객 반응이 특히 기뻐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흔들리는 마음을 공감 있게 그려가고 싶어요.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이 원동력이 된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