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그물망의 의인화…촘촘한 SSG, 홈런만 갖춘 팀 아니다

입력 2021-05-12 2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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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사령탑은 오히려 적극성을 주문한다. 최지훈(오른쪽)의 슈퍼캐치는 이러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사진제공|SSG 랜더스

초대형 그물이 사직구장 전체를 뒤덮은 듯했다. 롯데 자이언츠 타자들의 타구가 빠져나갈 약간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강력한 수비의 힘으로 거둔 승리. 실책 1위라는 숫자 뒤에는 자신감이 있다. SSG 랜더스는 홈런만 갖춘 팀이 아니다.

SSG는 1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2로 이겨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공격의 컬러는 이번에도 홈런이었다. 전날(11일) 4홈런으로 롯데 마운드를 맹폭했던 SSG 타선은 이날도 3홈런으로 사직구장 담장을 습관처럼 넘겼다. 추신수가 1회초 고향 팬들 앞에서 첫 아치를 쏘아 올렸고, 이재원이 2회초와 4회초 연타석 홈런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를 지킨 건 수비의 힘이었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할 만한 장면이 쏟아졌다. 2회말 이재원이 딕슨 마차도의 도루를 저지한 것이 시작이었다. 흐름은 최정이 이었다. SSG가 2-0으로 앞선 3회말 1사 1루, 롯데 신용수의 타구가 내야에 크게 바운드됐다. 옆으로 달려가 포구에 성공한 최정은 그대로 2루에 공을 뿌렸고, 병살타로 이어졌다. 롯데 벤치에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최정 특유의 깔끔한 핸들링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위기도 있었다. 6-0까지 달아난 1사 1루, 롯데 이대호의 타구가 힘없이 투수 박종훈에게 향했다. 박종훈은 곧장 2루로 공을 던졌지만 송구가 한참 빗나갔다. 2루수 정현이 펄쩍 뛰어올랐지만 빗나갔고 유격수 박성한이 힘겹게 잡아냈지만 주자 두 명 모두 세이프였다. 후속 전준우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 실책이 빚어낸 장면이기 때문에 안타를 맞았다면 흐름은 완전히 뒤바뀔 상황이었다.

이때 중견수 최지훈이 날았다. 안치홍의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향했다. 타구를 포착한 최지훈은 한참을 뛰어오더니 몸을 날려 포구에 성공했다. 적시타가 희생플라이로 둔갑되는 순간이었다. 김강민을 연상케 하는 수비였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려와 슬라이딩했기 때문에 잠시간 가슴 쪽에 고통을 느끼는 듯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박종훈이 후속 마차도를 잡아내며 실점은 1점에 그쳤다.

이날 전까지 SSG는 팀 실책 30개로 이 부문 1위였다. 이날 박종훈의 송구 실책이 더해져 31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오히려 “더 과감해야 한다”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실책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비해야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주문에 선수들도 과감함을 숨기지 않는다. 실책 개수에는 담기지 않는 지점이다.

올 시즌 SSG는 다시 홈런의 팀으로 변모할 준비를 마쳤다. 부상 이탈자들이 복귀한다면 ‘최신맥주’를 위시한 홈런군단이 재회한다. 실제 12일 경기에서도 홈런이 없었다면 승기를 잡기 어려웠을 터다.

하지만 2021년 팀 SSG는 홈런‘도’ 갖춘 팀이지 홈런‘만’ 갖춘 팀이 아니다. 내야수 김강민과 젊은 김강민, 그리고 진짜 김강민까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느낌까지 안겨주는 경기. 김 감독이 바라는 ‘자신감’이 심어지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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