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매출 -90%·공실률 절반, 이래도 프로야구 산업이 ‘대기업’인가요

입력 2021-05-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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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야구장 내 입점한 식음료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경기가 한창인 시각 굳게 닫힌 문은 코로나19 시국의 엄중함을 드러낸다. 사직 | 최익래 기자

특혜가 아닌 형평성을 바라는 외침도 몇 달째 메아리 없이 맴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프로야구장을 둘러싼 정부 지침은 여전히 ‘전시 행정’ 수준이다.

주말 매출 -98%? 텅 비어가는 야구장

지난해 모든 산업이 그랬듯 KBO리그도 역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720경기 중 143경기(19.9%)에만 관중이 입장했으며, 거리두기 지침으로 총 관중은 32만8317명에 불과했다. 적자폭은 구단마다 상이하지만 평균적으로 95% 안팎이다.

구단과 공생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마찬가지. 사직구장에서 5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A 씨는 “주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의 2~3%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일을 포함해도 10%대 수준에 불과하다. 하루 200마리를 팔던 치킨 매장은 한두 마리만 팔아도 다행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잠실구장에 입점한 B 씨는 “영업을 하면 수익보다 아르바이트 등 인건비가 더 든다. 영업을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업주 C 씨는 “공실률이 절반 이상이다. 입점 공고를 내도 야구장 식음료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수원KT위즈파크의 명물인 '진미통닭'도 영업을 중단했다. 비단 진미통닭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전시 행정? 발상을 전환한다면

야구장은 바이러스 전염률이 낮은 야외 공간인 데다 팬들의 간격도 멀찍이 떨어져있다. 그런데 관중석 음식물 섭취는 통제된다. 먹지를 못하니 입점 업체들의 수입이 전무하다시피한 것도 당연하다. 야구계 안팎에선 방역의 보여주기 수단이 된 것 같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6일 중계가 송출되는 상황에서 식음료를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광경이 방역의식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탓에 과하게 규제받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 관중 입장은 지나친 규제”라고 강조한 뒤 “전 국민이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매일 중계되는 프로야구는 정부 입장에서도 오히려 좋은 도구일 수 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야구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증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바로 앞에 위치한 유니크스포츠는 팬들이 경기 전후로 유니폼, 응원막대 등을 사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을 대폭 축소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야구단 운영은 대기업? 뿌리는 소상공인

대다수 야구계 관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지점은 형평성이다. 테마파크, 백화점 등 대형 시설은 물론 일반 식당과 주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야구장은 여전히 황량한 제한(수도권 10%·지방 30%)에 갇혀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로 야구인은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처럼 야구단 이름 앞에는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단의 살림은 중소기업 수준이다. 모기업에서 적자를 이유로 지원을 끊는다면 도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단은 현금성 자산 비중이 극히 적고, 계열사 광고 등 모기업 의존 비율이 절대적이다. 일부 구단은 대규모 대출을 받아 운영비 공백을 메웠는데, 같은 수준의 대출을 내년에도 기대하긴 어렵다. 모기업의 지원을 제외한 식음료부터 유니폼 제작 등 프로야구 산업은 소상공인들이 지탱하는 구조다. 임대료 선납 방식이든 수익금 비율 분배 방식이든, 입점 업주들이 돈을 못 버니 구단의 적자도 커진다.

스포츠동아DB


보여주기, 봐주기가 아닌 겪어보기

기자는 18일 NC 다이노스-LG 트윈스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모처럼 ‘직관’을 했다. 코로나19 시국의 야구 관람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백화점, 식당, 놀이공원 등 어느 공간과 견줘도 가장 철저한 수준의 방역. 이미 2m 이상의 거리가 확보돼있으니 식음료 섭취를 막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떼창’도, ‘치맥’도 불가능하다. 즐기기 어려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열정에 야구계 모두가 고마움을 보내는 이유를 느꼈다. 5분만 걸어 야구장 앞 식당에 가면 더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으니 야구장은 ‘외딴 섬’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실사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관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KBO와 꾸준히 소통하며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있다. 다만 결정은 문체부나 KBO가 아닌 중대본의 소관이다. 중대본은 조만간 KBO와 관련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 프로야구산업에 필요한 방침은 중계방송을 통한 방역 ‘보여주기’, 대기업 또는 소상공인 ‘봐주기’가 아닌 ‘직접 겪어보기’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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