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김태균·대전에서 홈니폼 입은 SSG…스토리 만드는 KBO리그

입력 2021-05-30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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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이제 한화에서 \'52번\'은 김태균의 전유물로 남게 됐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레전드가 4번타자 겸 1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원정팀은 흰색 홈 유니폼을 입고 대전을 찾았다. 행정 착오가 아니다. KBO리그 전체가 유산으로 남을 ‘이야기’를 만드는 데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물론 KBO리그 최고의 우타자로 꼽히는 김태균은 29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 시즌 막판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은 올 시즌 한화의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겸 KBSN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여전히 야구장을 누비고 있다. 한화는 레전드의 은퇴식을 가장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30% 관중이 입장하는 29일을 날짜로 골랐다. 김태균의 52번도 이날 영구결번으로 등록됐다. 김태균은 “한화는 내 꿈이자 동경의 대상인 팀이었다”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한화 김태균(오른쪽)이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김태균은 KBO의 특별 엔트리 제도 덕에 마지막 경기에 4번타자 겸 1루수로 이름을 올렸다. 개시 직후 노시환과 교체되는 김태균.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이날 한화의 라인업에는 김태균의 이름이 포함됐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한 것. 김태균은 경기 개시에 앞서 딸 하린 양의 시타를 돕고, 도열한 양 팀 선수단은 물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3900명) 앞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은 뒤 노시환과 교체됐다. 3루수로 선발출장한 라이온 힐리는 노시환에게 핫 코너를 양보하고 자신의 자리인 1루로 돌아갔다.

KBO가 올해부터 도입한 특별 엔트리 제도 덕에 만들어진 풍경이다. KBO는 은퇴 경기 거행을 위해 엔트리 등록이 필요한 경우, 정원을 초과해 엔트리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당 선수는 다음날 자동 말소되며 남은 시즌 등록이 불가능하다. 김태균은 제도 도입 후 첫 사례다. 이날도 김태균의 이력에 당당히 포함되기에 통산 2015경기 출장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SSG는 김태균 은퇴식의 들러리를 넘어 당당한 조연으로 의미를 더했다. 원정 경기임에도 홈 유니폼을 챙겨간 것은 물론 52번의 특별 패치를 우측 소매에 부착했다. 특별한 유니폼을 입은 오원석.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원정팀 SSG도 은퇴식을 멋지게 빛냈다. 한화는 이날 김태균의 은퇴식을 기념해 붉은색 올드 유니폼을 특별 제작했다. 문제는 SSG의 원정 유니폼도 붉은색이라는 점. 한화의 요청을 받은 SSG는 흰색 홈 유니폼을 따로 챙겨와 이날 착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태균의 등번호 ‘52’ 패치를 우측 소매에 부착했다. 주장 이재원 중심으로 추신수, 김강민, 최정 등 핵심 선수들이 뜻을 모아 프런트에 전달했다.

이재원은 “KBO리그가 레전드 선수에 대한 예우가 부족해 항상 아쉬웠다. 우리 선수들도 존중을 담아 행사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꽃다발을 건넨 추신수도 “워낙 성격이 좋으니 앞으로 제 2의 인생, 또 다른 뉴 챕터를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KBO 사무국은 정장 차림이 아닌, 선수가 가장 빛났던 모습으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도록 만들었다. 원정팀도 들러리에 그치지 않았다. 김태균이라는 빛나는 주연, 그리고 모두가 조연으로 빛낸 하루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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