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한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높은 거래 수수료, 무분별 상장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
암호화폐 거래소, 모럴해저드 어떻길래
빗썸 수수료, NH 나무 앱의 25배
서버 오류·점검 잦아 거래 불편 커
무분별 상장에 상장 수수료 의혹도
정부, 암호화폐 거래 관리방안 개편
4월 기준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수가 581만 명에 달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22조 원에 이르는 등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업비트와 빗썸 등 암호화폐 매매 플랫폼인 거래소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는 여전히 개선사항으로 남아있다.빗썸 수수료, NH 나무 앱의 25배
서버 오류·점검 잦아 거래 불편 커
무분별 상장에 상장 수수료 의혹도
정부, 암호화폐 거래 관리방안 개편
거래·출금 수수료만 챙기고 투자자 보호에는 뒷전인 행보에 고객 불만은 커지고 있고 자전거래를 통한 ‘거래량 부풀리기’,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여러 의혹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덩치만 커졌지 내실은 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출금 수수료 챙기고, 투자자 보호는 뒷전
먼저 암호화폐 거래소의 높은 거래 수수료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빗썸이 0.25%로 4대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고, 업비트도 0.05%에 이른다. 업비트의 경우 5월 20일 하루 거래대금이 30조 원 수준으로 거래 수수료만 하루에 150억 원을 버는 셈이다.
현재 증권사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곳은 NH투자증권 나무 앱의 0.01%다. 빗썸의 거래 수수료는 25배에 달한다. 거래 수수료로 투자자에게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금 수수료를 일률 적용하는 것도 불만 요소다. 원화 혹은 코인을 원화로 바꾼 금액을 출금 시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한다. 증권사들이 이체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거래·출금 수수료만 챙길 뿐 고객 서비스에는 뒷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 급등 및 급락 시 주문이 몰리면서 서버 장애와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업비트의 경우 비트코인이 급락한 이후인 5월 24일 자정부터 6시간 동안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원화 입출금을 일시정지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직장인 A씨(33)는 “주말 비트코인 급락으로 두려운 마음에 코인 시장을 떠나려고 했는데, 일시적이지만 원화 출금이 막혀 있어 마음이 더욱 심란했다”며 “요즘 같은 하락장에 시스템 점검으로 원화 출금을 막는 것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업비트 측은 “출금 서비스 제공 업체의 시스템 점검 작업이 예정돼 있어 고객 불편이 없도록 5월 21일에 사전 공지하고 예정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분별 상장에 각종 불법거래 의혹도
신규 암호화폐 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허술한 심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정보가 없는 정체불명의 암호화폐를 무분별하게 상장해 사업 계획과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한 일명 ‘잡코인’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코인을 상장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거래소가 암호화폐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검증되지 않은 코인을 일단 상장부터 하고 보자는 움직임이 늘다보니 거래소가 상장 수수료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상장 수수료는 없다는 것이 거래소의 공식 입장이지만, 코인 사업자로부터 우회적으로 상장 수수료를 받아 암묵적으로 존재한다는 소문은 무성하다.
이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관리방안’으로 개선에 나섰다. 상장 관련 편의 제공을 조건으로 별도의 대가를 받거나 가치없는 암호화폐를 발행·판매·상장한 거래소에 대해 특가법상 배임 및 사기,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제재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전거래 의혹도 나오고 있다. 자전거래는 거래소 계좌로 암호화폐를 반복해서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통해 거래소는 인위적으로 거래 규모를 부풀리거나 시세조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호재가 될 만한 공시 및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내부 정보가 알려지기 전에 거래소 임직원들이 먼저 공유하는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도 있다. 암호화폐는 금융 자산이 아니기에 금융 관련법을 적용할 수 없어 거래소 임직원이 내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득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게 금융위원회 측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자전거래와 내부 정보 이용을 막기 위해 거래소 임직원들이 직접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자전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해 직접적인 금지 규정이 생겨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