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쌍둥이 자매의 다음 선택과 의지가 궁금한 이유

입력 2021-07-01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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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의 선수등록 마감일에 이렇게 많은 매스컴과 배구 팬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6월 30일의 선수등록을 앞두고 배구 관계자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은 흥국생명의 선택을 궁금해 했다. 결국 구단은 여론에 밀려 이재영-다영 자매의 등록을 포기했다.

이 것으로 V리그의 위험요소가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아니다. 더 복잡하고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해 흥국생명과 3년의 FA계약을 맺었다. FA계약은 구단이 연봉과 옵션을 계약기간 동안 보장해주고 선수는 경기를 위해 필요한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서로간의 약속이다. 흥국생명이 3년 계약을 맺고 나서 1년 만에 권리를 포기하면서 남은 기간의 연봉과 옵션을 놓고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KOVO에 제출한 이들 자매의 계약서 내용이 변수다. 이재영은 연봉 4억원+옵션 2억원, 이다영은 3억원+ 옵션 1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양측 법률전문가들의 치열한 논리공방이 예상된다.



규정상 자매는 이적을 가로막는 족쇄가 사라졌다. 아직은 어느 구단도 자매에게 손을 내밀지 않겠지만 미래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상황과 여론이 바뀌어서 이들을 영입하려고 할 때 어떤 신분인지도 중요하다. 흥국생명이 등록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들은 보호선수도, 2명 합쳐 14억원의 보상금(각각 4억원, 3억원의 200%)도 주지 않아도 되는 선수다. A등급의 FA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6명 보호선수를 제외한 자기 팀의 선수를 한 명 줘야하고 직전시즌 연봉의 200%를 줘야하는 규정을 감안한다면 어떤 FA선수보다 매력적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그리스리그 PAOK와 계약한 것으로 보이는 이다영의 해외진출 여부다. 이미 계약을 마쳤다면 이다영은 해외진출을 끝까지 추진할 것이다. 그동안 개인훈련을 해왔다는 것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제는 흥국생명 소속선수가 아니라 FA선수로 해외에 취업하는 것이다. 걸림돌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이겠지만 대한배구협회(KVA)가 발급을 거부해도 PAOK가 우회로를 찾으면 된다. 그동안 많은 쿠바국적의 선수들은 협회의 ITC없이도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선수와 협회, 선수와 구단 사이에 논란이 생기면 주로 선수의 편을 들었다. 국내에서 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다. 법적으로 처벌받지도 않은 일을 놓고 오직 여론에 밀려 헌법이 보장하는 취업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다. 가처분 신청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자매의 의지다. 그동안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 흥국생명의 선수등록이 불발되면서 이들을 자제시키고 컨트롤 할 방법은 사라졌다. 이미 많은 방송사에서 두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심지어 어느 공중파는 1시간짜리 독점 인터뷰를 제안했다. 방송에서 이들이 이번 사건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순간, 파장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그동안 스포츠계에 알음알음으로만 전해져온 소문들이 당사자의 입으로 확인되면 여자배구를 보는 대중이 시선이 바뀔 수도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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