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동아DB
도쿄올림픽을 위한 ‘23세 이하(U-23) 김학범호’가 공식 출항한 것은 2018년 12월이다. 1997년생 형부터 2000년생 막내까지 24명이 울산에 모여 첫 훈련을 소화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1년 반 동안 모든 것이 끝나야 했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과 본선을 지난해 초까지 성공적으로 치러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이어 2020년 7월 도쿄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숱한 국제대회가 연기됐고, 도쿄올림픽 역시 1년 미뤄졌다.
혹자들은 말한다. “연기된 기간만큼 준비 기회가 더 늘어나지 않았느냐”고. 몰라서 하는 얘기다. 정말 모든 부분이 꼬였다. 비정상적 세상에서 정상적 준비는 불가능했다. AFC U-23 챔피언십 이후 다시 만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것도 정식 평가전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A대표팀과 스페셜 매치 2연전이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친선대회가 없었다면 연간 스케줄을 통째로 날릴 뻔했다.
물론 김 감독을 비롯한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민만 컸던 것은 아니다. 도쿄올림픽은 유난히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컸던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이들의 고민은 코로나19 시국에 올림픽이 정말 열릴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U-23 연령대가 출전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많았다.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입장을 정리할 때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한숨을 돌리자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올 1월 강릉·제주 훈련과 3월 경주 훈련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6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체력 위주의 훈련 프로그램은 굉장히 혹독했다. “많이 뛰어야 빡빡한 스케줄의 올림픽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회복속도를 낱낱이 체크했다.
탈락한 이들에 대한 감정을 김 감독이 내비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6월 1차 훈련에 참가했던 30명을 23명으로 추려 2차 훈련을 시작하면서 “미안하다. 모두 자식과 같은 이들”이라며 씁쓸해했다.
2차 훈련 동안에도 매일 늦은 시간까지 코치들과 토론을 반복했던 김 감독이 담배를 피우고 커피 잔을 비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최종 엔트리 확정을 앞둔 이 때는 선수를 어떤 기준으로 가려야 할지, 탈락자들을 어떻게 이해시킬지의 고민이 컸다고 한다.
2년 반의 긴 과정을 통과한 22명이 도쿄로 떠난다. 부상 등의 변수를 피하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주연이 빛나는 것은 훌륭한 조연들이 있어서다. 엄청난 압박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학범호’에 승선해 올림픽 출전을 꿈꿔온 수많은 승조원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