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도쿄올림픽에 도전한 ‘김학범호’의 모든 승조원을 기억하며

입력 2021-07-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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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동아DB

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18명)를 공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1일 전격적으로 여기에 4명을 추가해줘 총 22명으로 늘어났지만, 좁은 문이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도쿄올림픽을 위한 ‘23세 이하(U-23) 김학범호’가 공식 출항한 것은 2018년 12월이다. 1997년생 형부터 2000년생 막내까지 24명이 울산에 모여 첫 훈련을 소화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1년 반 동안 모든 것이 끝나야 했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과 본선을 지난해 초까지 성공적으로 치러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이어 2020년 7월 도쿄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숱한 국제대회가 연기됐고, 도쿄올림픽 역시 1년 미뤄졌다.

혹자들은 말한다. “연기된 기간만큼 준비 기회가 더 늘어나지 않았느냐”고. 몰라서 하는 얘기다. 정말 모든 부분이 꼬였다. 비정상적 세상에서 정상적 준비는 불가능했다. AFC U-23 챔피언십 이후 다시 만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것도 정식 평가전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A대표팀과 스페셜 매치 2연전이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친선대회가 없었다면 연간 스케줄을 통째로 날릴 뻔했다.

물론 김 감독을 비롯한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민만 컸던 것은 아니다. 도쿄올림픽은 유난히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컸던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이들의 고민은 코로나19 시국에 올림픽이 정말 열릴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U-23 연령대가 출전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많았다.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입장을 정리할 때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한숨을 돌리자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올 1월 강릉·제주 훈련과 3월 경주 훈련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6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체력 위주의 훈련 프로그램은 굉장히 혹독했다. “많이 뛰어야 빡빡한 스케줄의 올림픽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회복속도를 낱낱이 체크했다.

탈락한 이들에 대한 감정을 김 감독이 내비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6월 1차 훈련에 참가했던 30명을 23명으로 추려 2차 훈련을 시작하면서 “미안하다. 모두 자식과 같은 이들”이라며 씁쓸해했다.

2차 훈련 동안에도 매일 늦은 시간까지 코치들과 토론을 반복했던 김 감독이 담배를 피우고 커피 잔을 비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최종 엔트리 확정을 앞둔 이 때는 선수를 어떤 기준으로 가려야 할지, 탈락자들을 어떻게 이해시킬지의 고민이 컸다고 한다.

2년 반의 긴 과정을 통과한 22명이 도쿄로 떠난다. 부상 등의 변수를 피하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주연이 빛나는 것은 훌륭한 조연들이 있어서다. 엄청난 압박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학범호’에 승선해 올림픽 출전을 꿈꿔온 수많은 승조원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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