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때녀’ 이천수 “방송서도, 집에서도 난 골 때리는 포지션”

입력 2021-07-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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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스타에서 이제 방송 예능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이천수. 열정을 바친 그라운드 위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라운드가 아닌 방송에서 축구의 ‘참맛’을 보여줄 수 있다니!”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전 국가대표 이천수(40)의 새로운 무대는 안방극장이다. 최근 여성 연예인들이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에서 강력 우승 후보로 꼽히는 불나방FC의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서도 첫딸 주은 양, 한 살배기 쌍둥이 남매 태강 군·주율 양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변화도 맞았다. 6월29일 인천 서구 ‘축구의 신 아카데미’에서 만난 이천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자축구 참 재미있더라’는 감탄부터 ‘쌍둥이가 정말 귀엽다’는 칭찬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얻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딩크’의 목표 “무조건 우승”

‘골때녀’에서 이천수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연기자 박선영·조하나·송은영·안혜경, 가수 신효범, 변호사 서동주 등이 소속된 불나방FC를 이끌면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이름을 딴 ‘이딩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 불나방FC 감독으로 출연 중이다.


“여성분들이 축구를 직접 하는 것에 관심을 보내는 변화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실 축구의 ‘축’ 자도 몰랐던 초보자를 가르치는 게 처음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게 재미의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팀 평균 연령이 48세라서 대부분 멤버가 저보다 ‘누님’들이에요. 제가 한 마디를 하면 백 마디 대답이 돌아올 정도로 수다가 끊이질 않아요. 그게 좀처럼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경기 중에는 ‘호랑이 감독’이지만, 평소에는 누나들과 함께 어울리는 막내예요. ‘딸 부잣집 막내아들’이 딱 이런 기분일까요? 하하하!”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멤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다들 연예인 신분을 잊고 반(半) 축구인이 다 됐어요. 쉬는 시간에는 서로 축구용품을 추천해주기 바쁘다니까요. 점점 변해가는 멤버들을 보면 막 축구를 시작해 열정에 불타오르던 학창시절이 생각나요. 축구의 매력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느끼고 있죠.”


- 아내 심하은 씨도 국대패밀리FC 소속으로 출연 중이다.

“감독이자 상대팀 선수의 남편이라 그야말로 ‘골 때리는’ 포지션이에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식탁 대화 소재부터 달라졌어요. 아내는 볼 차는 노하우를 물어보기도 하고, 은근슬쩍 팀 전략을 떠보기도 하죠. 저는 ‘연막작전’을 펼치고요. 딸 주은이도 ‘나 축구해볼까?’ 하면서 재미있어 해요. 선수시절보다 더 ‘축구인 집안’이 됐어요.”


- 프로그램으로 얻은 것은?

“남녀 모두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린 것 같아요.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 문의를 많이 해온다는 소식에 축구의 참맛을 전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죠. 그리고 ‘누나’들을 빼놓을 수 없어요. 팀 멤버들은 누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우르르 몰려가 팔 걷어붙이고 도와줘요. 정이 담뿍 들어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다 함께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요.”


- 프로그램 속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다들 마음이 여린 데다 승부욕은 이미 대한축구협회에 가있을 정도로 세거든요. 그래서 경기에서 지면 정말 속상해해요. 더불어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안착됐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제가 후배들에 감독 자리를 물려주는 상상까지 하고 있답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방송 활동으로 후배들 길 열리길”

시청자들로부터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생후 16개월 쌍둥이 남매는 ‘슈돌’을 촬영하면서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말하게” 됐다. 프로그램 덕분에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셈이다.


-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도 화제다.

“요즘 축구와 육아, 딱 두 가지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죠. 하하하! ‘슈돌’에 이란성 쌍둥이가 출연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새롭게 보여줄 모습이 많을 것 같아요. 첫째 딸 주은이로부터 노하우를 제대로 배웠으니까 앞으로 ‘레벨 업’한 육아 실력을 마음껏 뽐내보려고요.”

방송가에서 영역을 넓히며 최근에는 DH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남녀 모두 축구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방송 활동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 유튜브 운영과 방송 활동의 이유는?

“스포츠 후배들에게 나아갈 다양한 경로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앞서 강호동·안정환·서장훈 등 스포츠 예능 스타들이 걸었던 길을 제가 따라가는 것처럼 말이죠. 스포츠 스타들이 가진 무궁무진한 매력이 대중에게도 통할 것이라 확신해요.”


-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 선을 지켜가며 해야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과거에는 ‘너무 거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직설적인 모습을 이제는 ‘사이다’라며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제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 아닐까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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