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도 고토구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엘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슛오프 끝에 세트점수 6-5로 꺾고 값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안산은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합을 맞춘 혼성전, 강채영(25·현대모비스)-장민희(22·인천대)와 함께한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올림픽 양궁 최초의 3관왕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올림픽에서 안산은 새롭게 추가된 혼성전 초대 우승과 더불어 3관왕까지 거머쥐는 겹경사를 누렸다.
25일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다시 활을 잡은 29일까지 3일간 안산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짧은 머리와 과거 SNS에서 사용했던 일부 표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안산을 향해 페미니스트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외신에서도 이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멘탈이 중시되는 종목의 특성상, 이같은 예민한 이슈는 분명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또 장민희에 이어 강채영도 이날 8강전에서 탈락한 탓에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그러나 안산에게는 어떠한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선수”라는 류수정 여자양궁대표팀 감독의 말은 정확했다. 귀화선수 하야카와 렌(일본)과 16강전, 디피카 쿠마리(인도)와 8강전을 무난히 통과한 뒤 연달아 슛오프(연장전)에 돌입한 극한상황도 이겨냈다. 매켄지 브라운(미국)과 준결승전에선 세트스코어 5-5로 맞선 뒤 돌입한 슛오프에서 10점 과녁을 명중하며 9점에 그친 브라운을 제압했다.
오시포바와 결승전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4세트까지 3-5로 뒤진 채로 마쳐 패색이 짙었으나, 5세트에서 9점-10점-10점을 차례로 쏘며 승부를 슛오프까지 끌고 갔다. 먼저 활을 잡은 슛오프에서 당당히 10점을 쐈고, 부담을 느낀 오시포바는 8점에 그쳤다. 올림픽 최초 양궁 종목 3관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안산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양 손가락 3개씩을 펴 보이며 3관왕 등극을 자축했다.
올림픽 3관왕은 한국 스포츠의 하계올림픽 최초 기록이다. 동계올림픽을 포함해도 쇼트트랙 빅토르 안(러시아 귀화·한국명 안현수)과 진선유, 안산이 전부다.
안산의 금메달로 한국 양궁은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쓸 기회를 얻었다. 바로 올림픽 2회 연속 양궁 전 종목 석권이다. 2016리우대회에서 여자단체(장혜진-기보배-최민서)와 남자단체(구본찬-김우진-이승윤), 여자개인(장혜진), 남자개인(구본찬)의 4개 종목을 모두 석권한 데 이어 도쿄에선 5개 종목 석권을 노린다. 31일 열리는 남자 개인전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우진(29·청주시청)이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