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4대 핵심소재 확보에 사활 건다

입력 2021-08-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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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전기차 배터리 소재 투자 경쟁 ‘활활’

SK, 분리막 생산규모 3배 확대 예고
중국 기업과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
LG는 분리막 사업 인수 등 6조 투자
삼성, 양극재 생산라인 일원화 나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LG, SK, 삼성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가 배터리 소재 확보와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확충하고, 날로 치열해지는 배터리 성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3사는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핵심 소재 확보 및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를 살펴보는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 SKIET 직원.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 분리막 글로벌 1위 도전

배터리 소재 중 분리막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사업의 자회사(SKIET)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재 14억m²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m²로 키운 뒤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m²로 확대하겠다고 지난달 1일 밝혔다.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21년 기준 3000억 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세전, 이자지급전 이익)를 2025년 1조4000억 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원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극재 사업에도 뛰어든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중국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 BTR 등과 공동 투자를 통해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이 세우게 될 양극재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산 5만 톤 규모다. 이는 매년 배터리 약 33GWh(기가와트시), 전기차 약 4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SK그룹 차원에서도 배터리 소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음극재의 필수 소재인 동박은 SKC의 100% 자회사인 SK넥실리스가 생산하고 있으며, 해외공장 증설을 모색하고 있다.

SK(주)는 동박 제조사인 중국 왓슨사에 지난해 4월 270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 7월에는 1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고공 성장 중인 동박 소재 확보에 나섰다. 동박 제조는 얇고 넓으며 균일한 표면의 구리 호일을 길게 만드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사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6곳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국내 기업으로는 SKC, 일진머티리얼즈, 두산솔루스가 동박을 생산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기업인 SK머티리얼즈는 지난달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미국 배터리 소재 회사인 ‘Group14 테크놀로지스(이하 Group14)’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2월 Group14의 시리즈B 우선주 투자유치에 1300만 달러(약 142억 원) 투자를 통해 지분율 10.3%를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보다 주행 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은 단축되는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을 소개하는 LG화학 연구원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배터리 소재 집중 육성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인 LG화학은 지난달 29일 LG전자로부터 분리막 사업을 인수하면서 분리막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용 분리막 시장은 올해 약 4조 1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 약 1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화학은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SRS(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을 보유 중이다. 또한 지속적인 R&D를 통해 분리막의 내열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코팅 기술도 추가로 확보했다. LG화학은 차세대 코팅 기술과 LG전자의 생산성 극대화 기술력을 앞세워 분리막 사업을 수 년 내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LG화학은 분리막 사업 인수를 포함해 2025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해 양극재,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 등 배터리 소재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양극재 사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을 목표로 연산 6만 톤 규모의 구미공장을 올해 12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0년 4만 톤에서 2026년 26만 톤으로 7배 가량 늘어난다.

아울러 양극재 재료인 메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광산 업체와 합작법인(JV) 체결을 준비 중이며 향후 광산, 제·정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적극 추진해 메탈 소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고성장하는 전지 소재 시장 전망에 발맞춰 CNT(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신소재) 생산 규모도 2021년 1700톤에서 2025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분리막 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SDI는 지난달 100% 자회사인 배터리 소재 회사 에스티엠(STM)에 양극재 제조 설비와 건물을 양도하면서, 양극재 생산라인 일원화에 나섰다.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치다.

또한 지난해 말 양극재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경북 포함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 SDI는 2022년 1분기부터 에코프로이엠에게서 단독으로 양극재를 공급받을 예정으로, 합작사 설립을 통해 안정적으로 양극재를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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