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몸 던져 끊은 흐름, 롯데 정훈의 간절함이 통하려면 변해야 할 것

입력 2021-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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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은 11일 창원 NC전 5회말, 애런 알테어의 타구를 쫓아 응원단상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찰과상을 두려워하지 않은 호수비로 롯데는 NC의 추격 흐름을 꺾었다. 사진캡처|SPOTV

선수가 경기 중 관중석 앞 응원단상에 설 일은 거의 없다. 정훈(34·롯데 자이언츠)은 그렇게 단상 위에서 상대 흐름을 완전히 봉쇄했다. 다만 변화의 필요성도 분명히 보였다.

롯데는 1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4로 승리하며 후반기 쾌조의 흐름을 유지했다. 선발투수 앤더슨 프랑코는 5이닝 6삼진 3실점을 기록했고,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도 1실점으로 NC 타선을 억제했다. 4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정훈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타격 기록에는 담기지 않은 결정적 호수비로 승리 주춧돌을 놓았다.

롯데가 4-1로 앞선 5회말, NC는 2사 후 내야안타와 4사구 2개를 묶어 만루 찬스를 잡았다. 4번타자 양의지가 2루수 옆으로 향하는 느린 타구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고,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4-3, 1점차 추격. 경기 흐름이 미궁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NC로서는 애런 알테어 타석에서 동점 이상의 결과를 기대했다.

알테어는 볼카운트 1B-1S에서 프랑코의 3구째 슬라이더(140㎞)를 받아쳤다. 1루측 관중석 쪽으로 향하는 타구. 위치를 포착한 정훈은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물에 맞고 파울이 되는 타구였는데, 정훈은 껑충 뛰어 올라 1루측 응원단상에 섰다. 그물에 부딪히며 포구에 성공했고 그대로 이닝 종료. 그야말로 완벽한 호수비였다. 이렇게 상대 흐름을 끊으니 곧장 기회가 왔다. 롯데는 6회초 선두 이대호의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벌렸다. 이때 점수를 막고, 달아났기 때문에 경기 후반까지 집중력을 유지해 승리할 수 있었다.

롯데 정훈. 스포츠동아DB



정훈은 이닝 종료 후 덕아웃으로 들어온 뒤에도 손가락 쪽을 거듭 체크했다. 결국 6회말 수비에 앞서 나승엽이 1루수로 투입됐다. 우측 검지 찰과상으로,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심각한 상태는 아니며 선수 보호 차원 교체였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훈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은 장면이었다.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응원단상 위까지.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하는 호수비였다. 아웃카운트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에 나왔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이처럼 정훈의 야구는 타석에서, 수비에서 언제나 격한 동작으로 가득하다. 다만 이로 인한 아쉬움도 있다. 정훈은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할 때 배트를 내던졌다. 투수 송명기가 배트에 맞을 뻔했던 장면. 어떻게든 배트에 공을 맞히려는 의도이지만, 상대방이 다친다면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다. 이 습관을 고쳐야만 정훈의 간절함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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