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집단 히스테리와 비이성 배구계를 병들게 하다

입력 2021-08-17 12:0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최근 여자배구의 베테랑들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유애자 대한배구협회(KVA) 홍보부위원장은 지난 9일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의 귀국 인터뷰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대표팀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가 몰매를 맞고 있다. 모두 특정 선수와 관련된 팬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배구계의 일상이 돼버린 집단 히스테리와 비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유애자 KVA 홍보부위원장은 대표선수들의 귀국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듣는 이가 불편한 발언을 했다. 그야말로 말 실수였다. 본인도 인정했다. 그래서 깔끔하게 책임을 졌다. 즉시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협회도 그 결정을 신속히 받아들였다. 한일합섬 감독시절 유애자 홍보부위원장을 지도했던 KVA 오한남 회장도 “무례한 표현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는 협회가 어떤 일을 할 때는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채 이번 공항인터뷰 파문은 일단락이 된 것이다.


하지만 흥분한 사람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으로 새로운 목표점을 설정했다. 이들은 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일하는 것마저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 바람에 KOVO는 난처한 입장이다. 대중과 공감하고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V리그 운영의 기본방향이지만 섣불리 그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하는지 현명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는 한다. 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KOVO에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극단적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타인의 일자리를 그만두게 하려고 악을 쓴다. 너무 지나치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들의 주장이 모든 이의 뜻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은 사이비 교주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신도의 목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다. 지난 시즌 V리그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학교폭력 폭로 때와 비슷하다.


요즘 배구계는 SNS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것을 알아차린 특정 팬덤은 이제 여론도 조작하려고 든다. 이들의 주장이 옳고 그린지 제대로 판단도 하지 않고 무작정 받아쓰는 소수의 매스컴을 발판삼아 점점 세를 키우면서 원하는 것들을 관철시킨다. 다른 종목보다 유난히 배구는 이런 경향이 강하다. 너무 쉽게 특정 팬덤의 주장에 배구계가 굴복했다. 이것들이 반복되다보니 지금은 먹잇감을 찾으려드는 하이에나들만 득시글거린다. 배구계가 중심을 잡고 상식선에서 판단해서 터무니없는 주장은 무시해버리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배짱과 판단의 자신감이 없다.

조혜정 전 감독을 향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여자배구의 원로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당장 ‘논란’ 운운하며 특정 세력의 주장에 또 동조하고 있다. 지금 특정 배구관련 커뮤니티에는 그를 향한 수많은 저주의 말들이 넘쳐난다. 발언 당사자는 물론 가족을 공격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익명을 이용해 허세를 부리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 생길수도 있기에 걱정은 된다. 언제부터 배구계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다수가 달려들어 물어뜯는 살벌한 정글로 변했는지 안타깝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