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세이브 투수’ 몽고메리에게 데뷔 홈런 친 육성선수

입력 2021-08-18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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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지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화 이글스 외야수 장지승(23)은 또 한 편의 육성선수 신화를 꿈꾸는 유망주다. 올해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6월 정식선수 계약을 맺었다. 1998년생으로, 같은 나이에 이미 프로 5년차 시즌을 보내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동산고 시절에는 전도유망한 선수로 프로 신인드래프트 상위지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대학졸업예정선수로 다시 한번 신인드래프트에 나선 결과 역시 ‘낙방’이었다.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어렵사리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야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장지승을 언급하며 “굉장히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 특히 선구안 훈련을 구단 내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감독에게서 받은 눈도장은 곧바로 ‘꿈의 기회’로 다가왔다. 장지승은 7월부터 1군 경기에 종종 나서기 시작했고, 17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데뷔 첫 홈런까지 터트렸다.

상대는 삼성의 새 외국인투수 마이크 몽고메리(32). 2016년 월드시리즈(WS) 7차전에서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올렸던 투수다. 육성선수 출신의 신인이 WS 우승 멤버에게서 데뷔 첫 홈런을 뽑아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장지승은 18일 “2016년 월드시리즈를 전부 다 생방송으로 봤다. 그래서 17일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아, 내가 그 투수의 공을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첫 홈런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최근 1군 경기에 자주 나서는 것에 대해선 “정말 좋은 기회를 받고 있다. 1군에 처음 왔을 때는 나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섰다. 그래서 조급하게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올림픽 휴식기에 차분하게 다시 생각을 정리했고, 타격코치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전반기보다 조금 더 여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장지승은 ‘공부하는 선수’로도 팀에서 유명하다. 외국인인 수베로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데도 언어의 장벽이 전혀 없다. 수베로 감독이 “장지승과는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성균관대 재학 시절 부상으로 운동을 쉬었을 때는 아예 공부에만 전념하기도 했다. 그는 “2학년 때 부상을 입어 야구를 못하고 공부만 할 때가 있었다. 그 학기에 한 번 4.5, 올 A를 받아봤다”고 털어놓았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장지승은 “고등학교 때 영어듣기평가를 하는데 백점을 받았다가 교무실에 불려갔다. 수업을 잘 안 듣는 야구부원이 백점을 맞으니 선생님께서 ‘누구 걸 베꼈느냐’고 추궁하셨다”고 얘기했다.

공부와 야구에 모두 소질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장지승은 최종 진로를 야구로 택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는 공부에만 집중해 다른 길을 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과 코치님께서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말이 힘이 돼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돌아왔다.

프로선수의 꿈을 이룬 그에게 이제 또 한 명의 지도자가 새로운 목표를 심어줬다. 수베로 감독은 그의 데뷔 첫 홈런 공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직접 써넣었다.

“이글스의 슬러거가 되기를!”
대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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