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시련의 연속’ 이강인, 더 성장해야 살아 남는다

입력 2021-08-2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강인.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이강인(20·발렌시아)의 첫 만남은 2019년 3월이었다. 볼리비아·콜롬비아와 2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이강인은 A대표팀에 처음 소집됐다. 벤투 감독은 스페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이강인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이강인을 선택했을 법하다. 당시 평가전 출전은 불발됐지만, 이강인을 향한 한국축구의 기대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해 여름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한껏 주가를 높인 이강인은 그동안 6차례 A매치를 뛰었다. 2019년 9월 조지아와 평가전을 통해 데뷔전을 가진 뒤 스리랑카, 레바논, 멕시코, 카타르 등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가장 최근 경기는 올 3월 일본과 평가전이다. 그런데 역대 최악의 한·일전으로 기록될만한 경기(0-3 패)에서 이강인은 보여준 게 없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이 빠진 가운데 이강인은 제로 톱으로 나섰지만 실패했다. 벤투 감독도 “상대를 분석해 수비 라인의 균열을 꾀하고자 선택했으나 잘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 벤투 감독은 그 경기를 통해 이강인의 기량을 다시 평가했을지 모른다. 전술적인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도 접었을 수 있다. 가장 큰 무기인 날카로운 킥과 패싱력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기동력이나 수비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 기간 치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6월에 이어 연속으로 소집명단에서 빠졌다. 도쿄올림픽의 여파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벤투 감독은 “올림픽에 나갔기 때문에 안 뽑은 것은 아니다”면서 “전술적, 전략적 이유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대신해 선발됐을 뿐”이라고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쉽게 말해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무한경쟁을 펼쳐야하는 대표팀에서 감독의 판단은 절대적이다. 감독의 전술 구상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한국축구의 미래’라도 태극마크를 달 순 없다.

이강인은 앞서 올림픽에서도 실패를 경험했다.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이강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제대로 보여준 건 없었다. 사실상 주전경쟁에서도 밀렸다. 올림픽대표팀도 8강에서 멕시코에 패하며 조기 귀국했다.

대표팀뿐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개막 2경기를 모두 결장한 가운데 현재 이적 관련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최근엔 방출설까지 흘러나왔다. 자존심 상할 일이다.

다시 한번 신발 끈을 꽉 묶어야할 시간이다. 우선 소속팀을 결정하고, 하루빨리 자리 잡는 게 급선무다. 이강인은 아직 성장이 필요한 나이다. 경기를 뛰면서 기량을 끌어올려야한다. 자신의 주무기는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야한다. 무엇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또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능력을 증명한다면 대표팀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것도 이강인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