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왜 쌍둥이 자매 뉴스는 끊이지 않을까

입력 2021-08-2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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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무렵부터 시작해 이재영-다영 자매의 뉴스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극히 이례적이다. 한 자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처럼 자주 기사가 나온 것은 단군 이래 처음일 것이다. 이들이 V리그의 선수로 활동하던 때보다도 더 많은 뉴스가 거의 매일 생산된다.

그만큼 이들의 학교폭력 폭로가 충격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른 사례와 비교가 된다. 당시 문제가 됐던 선수들은 이미 매스컴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V리그에 컴백한 선수도 있는데 그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배구뿐만이 아니다. 야구, 축구 등에도 학교폭력 폭로가 있었다. 어느 유명 축구 선수의 경우는 자극적인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되는 뉴스의 양은 자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난히 배구담당 기자들이 더 학교폭력에 민감했던 것인지, 이들 자매가 다른 종목의 선수보다 더 유명해서 그런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확한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자매와 관련된 뉴스는 다른 선수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많을 듯하다.

요즘은 뉴스가 돈이다. 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자임해온 매스컴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간다. 대부분의 매스컴이 온라인에서 뉴스를 찾는 이들의 클릭 수에 큰 관심을 둔다. ‘관심=돈’이기에 팔리는 뉴스를 열심히 찾는다. 그런 면에서 쌍둥이 자매는 매력적이다. 어떤 내용이건 기사가 나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본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하는 경제의 법칙이 적용된다. 깊은 속내가 짐작은 가지만 특정 집단들은 쌍둥이 자매의 뉴스가 나오면 순식간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물론 진정한 독자도 많을 것이다. 드러내지 않지만 이들을 걱정하고 조용히 응원하는 이들도 자매의 새로운 뉴스에 관심은 크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것으로 기준을 둔다면 분명 자매는 현재 최고의 ‘유명인’이다.

언론과 개인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진 요즘 자매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근거는 없다.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은 비난하고 욕하는 것에만 장단을 맞추며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매와 관련해서 넘쳐나는 수많은 뉴스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어느 누구도 이들과 직접 얘기하거나 확인한 내용은 없다. 이들은 선수등록 마감일에 했던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모든 매스컴과도 연락을 끊었다.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고픈 것이다. 그런데도 배구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말, 인터넷 서핑을 통해 해외 매스컴에서 찾아낸 내용, 이전 얘기의 반복을 통해 뉴스는 계속 만들어진다.

잘 알려진 대로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리그 행을 추진했다. 계약을 맺은 PAOK의 단장과 회장이 국내 매스컴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월드 와이드급 선수를 데려온 것에 만족하고 취업비자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은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주에 국제배구연맹(FIVB)이 창구를 열면 결말은 나온다.

만일 우여곡절 끝에 자매가 그리스에 도착하면 방송사들은 바빠질 것 같다. 지금처럼 쌍둥이 자매를 향한 높은 관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시청률이 확실히 보장되는 아이템을 놓치기 싫을 것이다. 요즘 배구 커뮤니티에서는 그리스리그 중계를 보는 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 이들의 경기장면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V리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좋건 싫건 이들은 오랫동안 V리그의 아이콘이었다. 그 것이 새삼 이번에 확인됐다. 아이러니하다. V리그의 울타리가 ‘상징’을 품지 못한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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