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딛고 다시 뛰는 이가영, ‘더 독하게 하겠다’

입력 2021-08-27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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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이 27일 한화 클래식 2021 2라운드 1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이가영이 27일 한화 클래식 2021 2라운드 1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22일 끝난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2021’. 3라운드 잔여경기와 4라운드가 함께 펼쳐진 이날, 이가영(22)은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3라운드까지 줄곧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킨터라 그토록 간절하게 기다렸던 데뷔 첫 우승이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그러나 부담감 탓이었을까. 다른 선수들은 타수를 줄여나갔지만, 그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4라운드에서만 4타를 줄인 임희정(21)이 합계 11언더파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을 때, 챔피언조의 이가영은 17번(파4)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10언더파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동 선두에 복귀해 연장에 가기 위해서는 18번(파4) 홀에서 1타를 줄여야했지만 이가영은 버디 대신 더블보기를 하고 말았다. 챔피언 트로피는 그대로 임희정이 가져갔고, 우승이 물 건너가자 평정심을 잃은 듯 1.7m 거리에서 스리퍼트를 범했다. 18번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면 공동 2위로라도 끝낼 수 있었지만, 한꺼번에 2타를 잃은 탓에 순식간에 8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 직전 대회였던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도 단독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고도 마지막 날 부진해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던 터라 ‘충격’은 더 커 보였다. 한화 클래식 2021 개막을 앞두고 “아무래도 후유증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이가영은 강했다. 쉽게 떨쳐내지 못할 좌절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내 얼굴이 둥글둥글해서 남들은 나보고 착하고 연약해 보인다고 하는데, 나도 누구보다 큰 욕심이 있고, 근성도 있다”던 그의 말 그대로였다. 다른 선수 같으면 ‘멘붕’이 올 수도 있는 아픔이었지만, 이를 곧바로 이겨내며 누구보다 간절한 첫 우승을 향해 다시 뚜벅뚜벅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가영은 27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화 클래식 2021(총상금 14억 원)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68타를 쳤다. 1라운드에서 3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하더니 2라운드에서 더 타수를 줄이며 베테랑 김지현(30)과 함께 합계 7언더파 공동 1위로 뛰어 올랐다(오후 3시30분 현재).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가영은 지난주 아쉬움을 떠올리자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면서 “딱히 (역전패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할 것도 없고 해서 그 다음 날(23일)에도 운동을 했다”면서 “힘들었지만 ‘지난 대회는 지난 대회’라고 곧바로 잊어버리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2019년 데뷔해 투어 3년째를 맞은 이가영은 비록 두 대회 연속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물러섰지만 올해 들어 한 계단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단독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2021시즌 열린 17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15번 컷을 통과하고, 톱10을 6번이나 기록했다.

그러나 우승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프로 3년차를 맞으면서 내 스스로 더 성장한 것을 느낀다. 지난 두 대회를 통해서도 정신적으로 더 성숙했다. 힘들지만 마음 속에 담아내고 있다”며 가슴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음을 내비쳤다.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털어낸 마지막 말에 치열하게 ‘이가영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이겨내겠다. 이번 대회는 지난 두 대회와 달리 다르게 마무리하고 싶다. 더 독하게 하겠다.”

춘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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