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정찬헌.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정찬헌(31)에게 2021시즌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생애 첫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내야수 서건창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으면서 이제는 키움 소속이 됐다. 보직은 올 시즌 출발 때처럼 선발투수. 그러나 이적 후 그가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혀 달라졌다.
선발 공백이 심각했던 키움은 정찬헌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정찬헌의 후반기 성적은 14일까지 5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ERA) 1.55다. 전반기 12경기에서 6승2패, ERA 4.03을 기록했던 것보다 뛰어난 페이스다.
개인적으로는 승운이 따르진 않았지만,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키움은 매번 승리를 챙겼다. 선발투수로서 팀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계산이 서는’ 경기 운영이다.
정찬헌은 2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여파로 아직까지는 ‘관리’가 필요한 투수다. 키움은 그의 투구수, 투구이닝, 휴식일 등 모든 요소를 면밀히 관찰해 선발로 내세우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정찬헌은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마지막까지 완주해야 한다. 선발투구를 한 다음 몸 상태를 자세히 살펴 다음 등판 날짜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LG 소속일 때는 열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 키움에선 5~6일의 휴식 후 선발등판하고 있다. 경기당 투구수를 철저히 관리해 무리하지 않고 막아낼 수 있는 이닝에만 집중하라는 이유에서다. 후반기에 소화한 이닝도 29이닝으로 경기당 6이닝이 채 되지 않는다.
정찬헌은 현재까지 올 시즌 7승을 거두고 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2017년·8승)까지는 이제 1승만을 남겨놓았다. 지금의 기세라면 충분히 10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
그보다는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정찬헌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생애 첫 10승까지 찍는다면 정찬헌 본인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한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없을 듯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