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21-09-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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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감독 교체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뤄지는 사령탑 교체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올 시즌에는 서울이 유일하게 감독 교체를 결정했고,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1-1로 비긴 12일 성남 원정을 지휘하고 있는 안 감독. 성남|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개월 이상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K리그에서 시즌 중 감독 교체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개인적인 사정이 아니라면 대부분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대외적으론 자진사퇴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경질이다.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로 종목 속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파리 목숨’에 비유되는 감독 자리가 가장 애잔해지는 순간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 1·2부를 통틀어 최근 3년간 시즌 중 감독에 오른 지도자(감독 및 감독대행)는 모두 18명이다. 2009시즌 8명(1부 4명, 2부 4명), 2020시즌 9명(1부 7명, 2부 2명), 그리고 올 시즌 1명(1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K리그 승강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감독 교체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대개는 기존 감독을 경질한 뒤 대행으로 몇 경기 치르다가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수순을 밟는다.

2019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5연패에 빠진 욘 안데르센 감독을 경질하고 임중용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임 대행이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상철 감독을 후임으로 결정해 분위기를 바꿨다. 건강상의 이유로 유 감독이 사임한 이듬해에도 임완섭 감독 사임과 임중용 대행, 그리고 조성환 감독 부임이 되풀이 됐다.

FC서울은 2019시즌 최용수 감독의 사퇴와 함께 김호영 대행이 팀을 이끌었지만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또 다른 대행(박혁순)이 벤치에 앉았다. 수원 삼성도 지난해 이임생 감독이 물러난 뒤 주승진 대행에 이어 박건하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2019시즌 포항 스틸러스는 조금 달랐다. 최순호 감독이 시즌 개막 후 2개월도 되지 않은 4월에 물러나자 김기동 수석코치를 곧바로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그만큼 지도력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즌 막판에 지휘봉을 잡는 경우는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2020시즌 부산 아이파크는 조덕제 감독이 9월말 퇴진하자 이기형 수석코치를 대행으로 앉혀 1부 잔류를 기대했지만 결국 강등됐다. 2019시즌 조성환 감독에 이어 벤치에 앉은 제주 유나이티드 최윤겸 감독도 강등을 막지 못하고 헤어졌다. 반면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은 2019시즌 7월 파비아노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이 됐다가 팀 리빌딩 작업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그 해 말 승격한 케이스다.

그렇다면 새로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면 단박에 성적이 오를까.



최근 3년 간 시즌 중 취임한 사령탑의 첫 경기 승률은 30.6%(4승3무11패)에 머물렀다. 2019시즌 김기동 포항 감독과 최윤겸 제주 감독, 2020시즌 김호영 서울 감독과 이기형 부산 감독 등 4명만이 승리를 맛봤을 뿐, 나머지는 무승부 또는 패배를 기록했다. 잠깐의 분위기는 바꿀 수 있을지 몰라도 성적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해당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새 감독의 승률은 42.8%(63승 59무 94패)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몇몇 감독을 제외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학계 논문에서도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프로축구팀의 감독 교체가 팀 경기성과에 미치는 영향’(김필수·김대권, 2015)은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 간 K리그 19개 팀과 96명의 감독을 경영학의 조직학습이론을 적용해 분석했는데, 감독교체는 팀 경기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감독을 교체하더라도 시즌 중이 아니라 시즌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 긍정적이었다는 결론도 함께 내놓았다.

올 시즌 서울이 처음으로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구단은 강등 위기까지 내몰리자 박진섭 감독 대신 안익수 선문대 감독에게 벤치를 맡겼다. 능력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2010년 우승 당시 수석 코치를 맡은 인연까지 여러모로 현재의 위기를 구할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다. 안 감독은 데뷔전이던 29라운드 성남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무승의 늪은 7경기(2무5패)로 늘어났고, 탈꼴찌에 실패했다. 이제 안 감독의 운명이 걸린 남은 경기 수는 10경기다.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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