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사진제공|KPGA
한국 프로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51)가 30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 동·서코스(파72)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 원·우승상금 2억 원) 1라운드에서 75타를 쳤다.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우승 뒤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28일 새벽 귀국한 탓인지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듯 했다.
한국 골프의 PGA 투어 ‘개척자’로 평가받는 최경주는 “한국에 대한 자긍심, 자부심,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 같다”면서 “챔피언스 투어를 계속하는 이유도 한국 사람이라는 긍지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내가 해야 할 본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GA 투어 3년 차이던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달성한 뒤 통산 8승을 수확했고, 아시아 국적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채 지난해부터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최경주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PGA ‘시니어 무대’ 정상에도 올랐다.
“챔피언스 투어는 단순히 만 50세 이상이 된다고 풀 시드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는 그의 말에는 남다른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챔피언스 투어는 정규 투어에서 최소 5승 또는 총상금 1500만 달러(177억50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8승을 했고 통산 3300만 달러(388억 원) 이상을 벌었기에 챔피언스 투어 직행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며 “20년 넘게 PGA 투어에서 활동한 덕분에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투어 환경도 좋고 상금도 많아 미국에선 챔피언스 투어를 ‘ATM 투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대회에 나가면 돈이 나온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천국”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챔피언스투어에서 더 뛸 생각인데 매년 1승씩 하면 좋겠다. 올 시즌 아직 6개 대회가 남았다. 그 중 좋아하는 코스가 두 군데 있기 때문에 기대감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대회에 2년 만에 출전한 소감을 묻자 “1라운드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후배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페어웨이를 못 지키면 고생한다는 걸 오늘 특히나 더 많이 느꼈다. 2라운드에서는 몸이 더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도록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