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MVP] 하이라이트 호수비 후 덤덤함…이게 국가대표 오지환 품격

입력 2021-10-06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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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엔딩을 수놓을 만한 호수비. 하지만 당사자는 큰 동요 없이 덤덤했다. 엄청난 호수비가 대수롭지 않다는 자체가 국가대표 유격수의 위엄을 증명한다. 오지환(31·LG 트윈스)의 다이빙이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LG는 6일 잠실 SSG 랜더스전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4-1로 이겨 전날(5일) 완패를 되갚았다. 선발투수 이우찬이 1.2이닝 3안타 3볼넷 3삼진 1실점으로 조기강판했지만, 백승현이 1.2이닝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껐다. 뒤이어 등판한 앤드류 수아레즈(2이닝)~이정용~김대유~정우영~고우석(이상 1이닝)도 나란히 무실점 합작. 타선도 0-1로 뒤진 4회말 서건창, 5회말 김현수의 솔로포로 역전에 성공했고 6회말 이영빈과 이상호의 연속 적시타로 2점 더 보탰다.

기록지에 남진 않지만 수훈갑은 오지환이었다.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음에도 팀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 호수비를 펼쳤다. 1-1로 맞선 5회말, 수아레즈는 추신수와 최주환에게 안타를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36일만의 복귀전서 흔들릴 법한 상황. 수아레즈는 일단 김강민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3유간을 가를 듯했던 타구. 오지환이 몸을 날렸다. 중심이 흔들린 상황이라 선행주자를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호수비였는데,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2루수 이상호에게 송구를 했다. 선행주자 최주환은 아웃. 이상호도 재빠른 동작으로 1루로 송구, 타자주자 김강민까지 잡아냈다. 1-2로 실점해도 2사 1루를 만들면 성공인 상황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것. 수아레즈도 마운드 옆에서 한참을 기다리며 오지환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류지현 감독도 박수로 애제자를 칭찬했다. 최소 1타점을 올릴 수 있던 김강민도 1루 베이스 앞에서 한숨을 쉬며 아쉬움을 표했다.

본인은 덤덤했지만 주위에서는 고마움의 연속이다. 수아레즈는 “오지환은 항상 멋진 수비로 나를 비롯한 투수들을 도와주는 선수다. 특히 오늘 더블 플레이는 승부처서 실점을 막고 이닝 종료할 수 있던 아주 고마운 플레이였다”며 엄지를 세웠다. 류지현 감독 역시 “2회 만루 위기에서 이닝 마무리하는 좋은 투구 보여준 백승현과, 5회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위기 넘기는 호수비 보여준 오지환 둘이 오늘의 MVP”라고 극찬했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는 시각대로면, 이 순간 잠실의 기류는 LG 쪽으로 흘렀다. 5회말 곧장 터진 ‘캡틴’ 김현수의 솔로포가 그 증거다. 정작 오지환은 덤덤했다. 하이라이트 호수비가 익숙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국가대표 유격수의 품격, 오지환이 1경기를 지배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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