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와 짜릿함은 전염…긴장 풀린 LG, 드디어 뛰어놀기 시작했다 [잠실 리포트]

입력 2021-11-05 2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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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5회말 2사 1, 2루 두산을 삼진으로 막은 LG 켈리가 포효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5회말 2사 1, 2루 두산을 삼진으로 막은 LG 켈리가 포효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찬스를 해결하거나 위기를 막을 때의 짜릿함은 전염성이 강하다. 잔뜩 긴장했던 선수단이 마음껏 포효하기 시작했다. LG 트윈스가 승리 이상의 수확을 얻었다.

LG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2차전에서 9-3으로 이겨 전날(4일) 1차전 1-5 패배를 설욕했다. 시리즈 균형을 맞춘 양 팀은 하루 휴식 후 7일 준PO 최종 일전을 치른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손쉬운 승리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중반인 6회까지는 균형이 꾸준히 이어졌다. LG가 7회초 5득점 빅 이닝을 만들며 8-1까지 달아났음에도 두산이 7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잡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벼랑 끝의 LG 선수단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간절했다.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초 2사 1, 2루 LG의 좌전 2루타 때 득점에 성공한 1루주자 김민성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초 2사 1, 2루 LG의 좌전 2루타 때 득점에 성공한 1루주자 김민성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 위기를 딛고 서면 어떠한 의도도 없는 순수한 포효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류지현 감독이 바라던 장면이다. 류 감독은 준PO를 앞두고 이천에서 합숙할 당시 취재진과 만나 “누구를 떠나서 팀이 생각하는 방향성이 같다면, 자연스러운 동작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단기전은 벤치 기싸움에서 뒤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준PO 1차전선 류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중반까지 시소게임이 이어졌음에도 LG 선수단은 전반적으로 얼어있는 기색이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잘하고 있다”면서도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가장 잘하고, 편할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선수들은 맘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2차전에서는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2회초 선두 채은성이 우전 2루타를 때려낸 뒤 펀치 세리머니를 날렸다. 희생번트 후 삼진, 하지만 김민성이 좌전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4회초에는 2사 후 4연속 안타가 터지며 3-0까지 달아났다. 그 사이 마운드에선 선발 케이시 켈리가 위기를 막아낼 때마다 포효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LG 문성주(왼쪽)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2-0으로 앞선 4회초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LG 문성주(왼쪽)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2-0으로 앞선 4회초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백미는 6회말, 실책이 빌미가 돼 1점을 내줬다. 이어진 2사 1·2루 위기, 켈리를 구원하기 위해 등판한 김대유가 대타 김인태를 루킹 삼진 처리했다. 데뷔 12년 만에 첫 가을야구를 치르는 김대유는 힘껏 고함을 내질렀다. 일순간 잠실구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LG가 7회초 5득점 빅 이닝을 낸 데는, 이러한 기싸움의 승리가 한몫했다.

아드레날린이 최고조로 달한 시점. 어떠한 의도도 없이 본능적으로 나오는 포효는 극한의 긴장감을 이겨낸 이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령탑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환호할 수 있는 장면을 바랐다. 첫 단추는 얼어붙은 채 놓쳤지만,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LG 트윈스가 드디어 뛰어놀기 시작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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