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 시인의 ‘채석강을 읽다’ [신간]

입력 2021-11-15 17:1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채석강을 읽다
(강민숙 저 | 실천문학사)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해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를 출간한 강민숙 시인이 실천문학에서 다섯 번째 시집 ‘채석강을 읽다’를 출간했다.

강민숙 시인은 1990년대 중반,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를 통해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운명의 시인이다. 그는 “그리움을 낳아 기른 슬픈 시인의 사랑”을 노래해 34만권이 판매 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 시인 반열에 올랐다.

방송사들은 강 시인의 삶과 시집을 엮어낸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60분간씩 제작해 수십 여 차례 방영했고, 그의 시집을 읽은 독자들이 전국에서 3500명이나 몰려들어 ‘참솔회’라는 한 부모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한 순간도 슬픔에 젖어들지 않고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끝없이 만학의 길을 걸어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강 시인이 이번에는 고향 부안의 이야기를 안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동진강은 정읍과 태인에서 흐르는 물줄기와 합류해 부안을 느리게 흘러 서해 바다와 합류하는 강이다. ‘동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시인이 본격적으로 고향을 그린 이번 시집 ‘채석강을 읽다’는 총 4부 77편의 주옥같은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부안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제2부는 부안의 바닷가 풍경과 바다 이야기이다. 제3부는 부안의 명승지를 찾아 지친 몸과 마음의 쉼터에 대한 노래이며, 제4부 ‘하늘이여 땅이여’는 백산 동학농민혁명사에 대한 시적 형상화이다.

1~3부는 동진나루, 채석강, 만적사, 곰소 염전, 내변산, 청자 가마터, 줄포 생태 공원, 위도 띠뱃놀이, 위도 흰상사화, 내소사, 구암리 지석묘, 변산 바람꽃, 직소폭포, 적벽강, 월명암 낙조대, 내소사, 개암사, 성황사, 실상사 등 고향의 지명이나 문화재나 자연에 대해 다양하게 노래하고 있다. 4부의 20편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추억 속에 고향의 해 뜨는 아침이 있고, 소 몰고 돌아오는 저녁이 있고, 그 안에 시인의 아버지가 있고, 부안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고향의 백산은 그냥 백산이 아니라 역사 속의 “앉으면 죽산이요, 서면 백산”이다. 동진나루도 그냥 나루터가 아니고, 학당고개도 그냥 고개가 아니며, 부안 들판도 그냥 들판이 아니다. 약탈과 야만에 맞서 온 고개이며, 가족을 지키고 양식을 지키던 뼈저린 역사 현장의 처절한 들판인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