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즈 눈도장+방향 설정…롯데 가을 소득, 다시 두려움을 넘는다 [김해 리포트]

입력 2021-11-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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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2022년 신인들이 22일 상동구장에서 기념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엄장윤 하혜성 김용완 김서진 한태양 이민석. 김해 | 최익래 기자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이들은 성공으로 얻은 성취감보다 실패로 쌓은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낀다. 2017년을 끝으로 4년째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에게도 결과가 짓누르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부담은 그라운드에서 잠깐의 멈칫함을 유발한다. 그 작은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롯데는 올 가을, 이 두려움을 없애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롯데는 지난 3일부터 26일까지 23일간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이다. 10월 중순부터는 퓨처스(2군)리그 선수들 위주로 교육리그를 치르며 실전 교육을 소화했고, 지금은 컨디셔닝 위주로 겨울을 준비 중이다. 11월부터는 2022시즌 신인들의 합류가 가능했기 때문에 교육리그 중후반은 대부분의 기회가 새내기들에게 돌아갔다.

롯데 퓨처스팀 관계자는 마무리캠프 총평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선수단이 교육리그 취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했다. 이제 단순히 치고받는 플레이가 아닌, 생각하고 학습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변화의 요인은 ‘미션’이었다. 롯데는 경기 상황마다 투수와 야수들에게 특정한 미션을 줬다. 가령 초구 안타, 딜레이드 스틸, 볼카운트 2S 후 상황대처, 2아웃 후 타점 등이 내용이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하지 못했던 플레이가 많았는데, 미션을 통해 더 과감히 하도록 유도했다. 해당 부분이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고 칭찬했다.

롯데 정호진 2군 감독(왼쪽)이 신인 엄장윤의 송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선수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후반기 롯데의 구세주였던 투수 이인복은 “커브와 투심을 주로 연습했다. 기존 투심도 싱커만큼의 각이 나왔는데, 아예 그립을 바꾼 하나의 구종을 더 추가한 느낌이다. 원래 투심이 좋았으니 상황에 따라 다르게 활용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좌타자 강로한은 스위치히터 도전 중이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2022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2022년 입단할 신인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비공식경기임에도 조세진(1라운더), 한태양(6라운더), 김서진(9라운더) 등이 홈런을 쏘아 올렸고, 공수에서 눈도장을 찍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다. 조세진은 “정신없이 지난 시간들이었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코치님들이 실패에도 박수를 쳐주신 덕에 조금은 적응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태양 역시 “새로운 걸 많이 배웠다. 특히 송구나 포구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11월부터 팀에 합류한 롯데 김평호 주루코치가 야수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지난 5월 래리 서튼 감독이 1군으로 올라갈 때 함께 사직으로 향했던 문규현 수비코치는 “5월에 정신없이 올라갔는데, 지금 와서 보니 선수들이 정체성을 더욱 알아가고 있다. 이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포인트다. 이전에는 다소 소홀했다면, 지금은 잘못된 부분을 더 파고드는 모습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해.’ 이상적인 말이지만 어디까지나 말만 쉽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과정은 뒤로 한 채 결과만 따지는 시선이 날아든다. 젊은 선수들 성장이 어려웠다. 다시 꺼내든 두려움과 싸움. 이름만 다를 뿐, 롯데 황금기를 이끈 노 피어의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롯데의 2021년 가을. 적어도, 내년 열매를 맺기 위한 토양을 다지고 씨를 뿌리는 데는 성공했다.

김해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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