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정윤주는 흥국생명의 3번째 구원자가 될까?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2-0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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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정윤주. 사진출처 |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

노력과 땀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선수는 저마다 타고난 그릇이 있다. 대중이 슈퍼스타들에게 열광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기는 이유도 일반인에게는 없는 특별한 것을 그들이 가지고 있어서다. 선수시절 선천적 기량이 빼어났던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대표적이다.


2021~2022시즌 ‘강제 리빌딩’에 돌입한 박 감독은 18세 루키 정윤주를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레프트로 출전시켰다.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예체능은 타고나야 한다. 점프력은 타고났고, 볼 다루는 능력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 리듬감이 좋아 리시브도 계속 훈련하면 제1레프트로 성장할 수 있다. 멋모르고 부담 없이 할 때랑 다르게 언젠가 힘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래도 계속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타성을 지닌 선수가 보통의 선수들과 다른 점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정윤주는 11월 26일 V리그 여자부 선두이자 블로킹이 가장 탄탄한 현대건설을 상대로 선발 출장해 15득점을 올리더니 1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선 20득점(공격성공률 52%)으로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다.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1세트 19-23에서 3연속 득점이 압권이었다.

흥국생명 정윤주. 사진출처 |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


모든 루키들이 그렇듯 리시브에 불안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빼어난 공격력과 블로킹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김연경-이재영이 한꺼번에 떠나면서 황량해진 팀의 레프트 자리를 메워줄 누군가를 찾던 흥국생명으로선 정윤주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대구여고 3총사 중 한 명이었던 정윤주가 넝쿨째 굴러들어올 것으로는 흥국생명조차 믿지 않았다. 신장의 핸디캡(176㎝)은 있지만, 여고졸업반 선수들 중 가장 공격력이 좋았기에 전체 10순위의 흥국생명에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1~3순위 선발에서 대구여고 박사랑과 서채원만 지명했고, 5~7순위에서도 정윤주의 이름은 빠졌다. 4, 9순위의 도로공사는 센터와 세터 보강이 급선무여서 1라운드에 이예담(중앙여고), 2라운드에 실업배구 출신 이윤정을 지명했다. 마지막으로 2라운드 1순위 선발은 현대건설의 몫이었지만, 레프트에 가용자원이 충분한 만큼 잘해야 ‘제2의 정지윤’처럼 보였던 선수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 덕분에 흥국생명이 정윤주를 품었고, 신인지명의 진정한 승자가 됐다.

흥국생명 정윤주. 사진출처 |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


돌이켜보면 흥국생명은 암흑기를 겪을 때마다 뛰어난 신인을 지명해 영광의 역사를 쓴 기억이 많다. 2005~2006시즌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GS칼텍스와 꼴찌 경쟁을 해가면서까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뒤 김연경을 잡아 4년간 태평성세를 누렸다. 김연경이 팀을 떠나면서 계약분쟁까지 겹쳐 밑바닥으로 추락했지만,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이재영을 뽑아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흥국생명은 2005년 황연주부터 시작해 김연경, 이재영, 김채연, 박현주를 신인왕으로 탄생시켰다. 만약 정윤주가 팀의 3번째 구원자가 된다면,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될 것이다. 상대팀의 본격적 분석이 시작될 지금부터가 진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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