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폭력 넘치는 현실 지옥과 다를 바 없죠”

입력 2021-12-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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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인기에 대해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세계적 흥행 이끈 유/아/인

인기 높아질수록 연기 부담 커져
끊임없는 시도·실험으로 삶 세공
강한 에너지 지닌 캐릭터 욕심나
레벨 업 된 버전 보여드리고 싶어
“국가대표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하하하!”

배우 유아인(35)은 호쾌하게 웃었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TV쇼(프로그램)’ 1위에 오른 주연작 ‘지옥’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묻자 그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는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세계무대에 올라선 한국 배우와 작품을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것 같다.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국내 한 누리꾼의 유튜브 영상 댓글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진지해졌다. “부담스럽기도 하다.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칼날 같은 시선을 느낀다”면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다짐으로 유아인은 사람들이 지옥의 사자들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는 등 초자연적 현상 앞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절망, 위험한 세상의 이야기를 그린 ‘지옥’에 출연했다. 극단적 혼돈 상황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사이비종교의 교주 역할이다. 유아인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는 결국 “혐오와 폭력, 집단의 광기 등 비슷한 현상이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신념과 현실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상당히 묵직한 동시대적 메시지이다. 하지만 지옥과 천국이라는 콘셉트는 영원불멸의 트렌디한 소재이다. 지옥은 수도 없이 해석되고 표현되며 은유 되어왔다.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전쟁을 치르는 듯한 세상 또는 정치판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어떤 맹신과 그걸 무기 삼아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 우린 그것을 보고 있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로 전 세계 많이 본 콘텐츠가 됐다.

“(넷플릭스 같은)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월드와이드로 공개되고 소개될 수 있다는 건 반갑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점점 치열해지는 과정이다. 그 속에서 좀 더 폭넓은 관객의 피드백과 평가를 얻으면서 좀 더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도 좋은 일이다.”

‘지옥’에서처럼 지옥행을 고지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나.

“20대를 그렇게 살았던 듯하다. 상당히 느끼한 겉멋에 찌들어서 20대를 살았다.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것처럼, 그런 에너지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나를 좀 더 과감히 던지고 실험하며 도전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그 시절이 떠올라 스스로 비웃기도 했다. 하하!”

“본질 잃지 않는 작품은 회자될 것”

유아인은 계속해서 시도와 실험을 강조했다. 배우로서 늘 작품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지속적으로 연기이든, 이미지이든, 무언가 도전을 해야 하는 운명 말고도 그는 자신의 삶 전반에 걸친 “세공”을 말했다.

유아인은 한동안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와중에 자신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누군가와 충돌하기도 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듯한, 유명세를 얻은 자로서는 쉽지 않은 길을 보란 듯 걸어가는 듯 보였다.

‘지옥’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은 신념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념이 무너질 위기라면 당신은 이를 버리고 현실을 택할 것인가.

“신념이 믿음을 만들고 믿음이 신념을 만들어낸다.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 모두 끝까지 의심하고 검증하려는 편이다. 내면의 신념이 해결된 상태로 외부로 표현되기도 하고, 외부로 표현하면서 신념을 실험하기도 한다. 나라는 원석을 계속 빚어가며 세공해가고 뭔가 만들어가야 한다. 내 믿음과 신념이 무조건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름 그것을 주변과 세상에 던져보고, 반응을 보고 느끼며 중심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균형이 생겨나는 것 같다.”

‘지옥’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바라는바, 없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대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사도’나 ‘베테랑’ 같은 선 굵고 표현이 강렬한 인물로 크게 사랑받았다. 한편으론 나를 가두는 선입견을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다른 시도와 실험을 하며 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다시 강한 에너지를 가진, 그런 에너지를 요구하는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하면서 레벨 업 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자신 안에 체화해 에너지를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를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을 다시 한번 실험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그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좋은 작품의 본질과 핵심”을 잃지 말자는 거였다. ‘지옥’처럼 ‘케이(K)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의 시대, 배우라는 또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그는 그걸 강조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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