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떨어진 리시브 효율과 강한 서브 효과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2-1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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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러셀. 스포츠동아DB

누가 뭐래도 2021~2022시즌 V리그의 화두는 서브다.

모든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강한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공략하겠다”는 게임 플랜을 언급한다. 그 말대로 대부분의 경기 결과는 얼마나 서브가 잘 들어갔고, 서브 범실이 적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경기의 시작인 서브는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마스터키다.

강한 서브의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팀이 있다. 삼성화재다. 지난 시즌에는 고작 6승만 거둔 최하위였다. 이번 시즌에 앞서 눈에 띄는 선수보강이라 해봐야 신인지명권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에서 세터 황승빈을 데려오고,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 러셀을 택한 것이 전부였다. 최약체란 평가를 받던 삼성화재는 13일 현재 7승8패다. 지난 시즌의 승수를 넘어섰다. 고희진 감독의 주가도 높아만 간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과 러셀.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는 남자부 7개 팀 중 유일하게 서브에이스로만 100점을 넘겼다. 세트당 1.603개다. 지난 시즌 1.021개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신치용 감독이 이끌던 시절의 강팀 삼성화재는 강한 서브를 선호하지 않았다. 2015~2016시즌 임도헌 감독이 부임하면서 서브가 강해졌고, 그 시즌 기록한 세트당 1.321개(전체 2위)가 역대 최고 수치다.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고 감독이 취임한 2020~2021시즌부터 삼성화재는 생존전략으로 강한 서브를 택했다. 하지만 ‘고위험 고수익’ 전략은 실패했다. 서브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에이스에 비해 범실이 너무 잦았다.

이번 시즌은 정반대다. 고수익이 터졌다. 현대캐피탈이 고작 40개의 서브에이스만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삼성화재의 장점은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리시브에 약점이 있거나 2단 공격의 효율이 떨어지는 상대팀은 애를 먹는다. 삼성화재가 OK금융그룹에는 3번 모두 패하고, 한국전력에는 2승1패로 강한 이유다.

우리카드 나경복. 스포츠동아DB


요즘 세계배구의 전반적 흐름은 강하거나 전략적인 서브다. 그렇게 해서 상대의 공격 옵션을 한 가지 이상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전하게 넣고 수비로 받아서 반격하던 배구는 이제 옛날방식이다. 이 같은 추세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바로 V리그의 리시브 효율이다.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 남녀부의 리시브 효율은 각각 63.11%, 53.94%였다. 그 수치가 조금씩 낮아져 2021~2022시즌에는 13일 현재 31.74%(남자), 29.94%(여자)다. 아직 시즌 도중이지만, 역대로 가장 낮다. 그만큼 지금 모든 팀이 상대의 강하고 전략적인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려 고전 중이라는 얘기다.


남자부는 2015~2016시즌부터 40%대, 2018~2019시즌부터 30%대로 떨어지는 등 줄곧 하향세다. 여자부는 시즌별로 변화가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20%대까지 내려앉았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는 리시브 효율 27.79%로 최하위다. 여자부에선 흥국생명이 23.97%로 꼴찌다.

고 감독은 “서브가 강해지기도 했지만, 리시브 효율이 낮아진 것은 선수의 기량이 과거보다 못한 이유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리시브 효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낮은 리시브 효율에서도 득점하는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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