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비영어권 작품 수상 새 역사 쓸까

입력 2021-12-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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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휩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이 작품에 출연한 오영수와 이정재(왼쪽부터)가 미국 영화·TV쇼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의 후보로 지명됐다. 내년 1월9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넷플릭스

‘골든글로브 휩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이 작품에 출연한 오영수와 이정재(왼쪽부터)가 미국 영화·TV쇼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의 후보로 지명됐다. 내년 1월9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넷플릭스

美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정재 남우주연상·오영수 남우조연상 후보 지명

인종차별 논란 HFPA 주관하는 상
후보 발표되자 방송사 카메라 철수
제작진·배우 시상식 참여할지 주목
“참가자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목숨을 내건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의 놀이였다. 이제 스타들은 실제 혈투를 벌이게 됐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의 기사 가운데 일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골든글로브 ‘TV시리즈·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뒤 극중 상황에 비유해 내놓은 보도이다. 이날 주연 이정재와 ‘깐부’가 된 오영수도 각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 한국드라마와 배우를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려놓으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2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 이후 골든글로브 측에 쏟아진 비판의 여파 때문이다.


● 후보 발표? “할리우드의 집단적 침묵”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영화와 TV프로그램 관련 상이다. 영화의 경우 수상작을 통해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올해 한국어 대사가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미국영화인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하면서 인종차별 등 논란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LA타임스 등이 회원 금전 지급, 회원 86명 중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점, 유력 배급사 협찬 해외여행, 배우 성희롱 등 갖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할리우드의 골든글로브 참여 거부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에 HFPA는 흑인을 회원에 포함시키며 다양성 확보 노력을 펼치는 등 자체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를 바라보는 현지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매년 시상식을 중계해온 NBC는 내년 1월10일 펼쳐질 무대를 거부했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홍보에이전시들은 HFPA의 뚜렷한 변화를 요구하며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보 공식 발표 순간을 전해온 현지 방송사들은 카메라를 철수했다. AP통신과 LA타임스 등 언론들은 “집단적 침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오징어게임’, 새로운 역사 쓰나?

‘오징어게임’을 미국에서도 공개해 골든글로브 후보 및 수상 자격을 얻은 넷플릭스도 올해 5월 이미 “침묵” 행렬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더욱더 눈길을 끈다. 당시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 CEO는 “(HFPA가)더 의미 있게 변화할 때까지 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워너브러더스, HBO 등 현지 유력 스튜디오들도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작인 ‘오징어게임’이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르면서 이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5월 “테드 사란도스의 선언이 HFPA가 변화와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 직전 나왔다”고 썼다. 하지만 이후 넷플릭스가 어떤 관련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징어게임’ 제작진과 배우들의 시상식 참석 여부부터 관심을 모은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골든글로브에 ‘오징어게임’을 공식 출품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 밖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영화 ‘기생충’이 이미 지난해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뒤 올해 한국어 대사와 한국적 정서로 같은 상을 받은 ‘미나리’는 골든글로브·HFPA 개혁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오징어게임’은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주요 부문 후보가 된 적 없다”는 “비영어권 작품”으로서 새로운 “역사”(버라이어티)를 쓸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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