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보다 스포츠맨십부터 가르치자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1-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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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는 2022시즌에도 K리그1(1부)에 남는다. K리그2(2부) 대전하나시티즌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한 덕분이다.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했지만 홈 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4골을 뽑는 엄청난 뒷심을 발휘했다. 대전하나 임직원들이 “뭔가에 홀린 듯했다. 참 이상한 경기였다”고 허탈해했을 정도다.

시즌 내내 하향곡선을 그린 강원은 이렇듯 극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롯이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좀더 냉정히 말해 그럴 자격이 없다.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승강PO 2차전 당시 홈팀 볼보이들 탓이다.

이 경기의 볼보이로 나선 강원의 18세 이하(U-18) 유스팀 강릉제일고 축구부원들의 행위는 그저 명승부에 흠집을 낸 ‘옥에 티’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일일이 상황을 열거하는 것이 낯 뜨거울 정도의 행동을 반복했다. 대전하나의 스로인 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주지 않은 것은 기본이고 아예 엉뚱한 곳으로 흘려주거나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시간을 끌었다. 전 세계의 조롱거리인 중동의 침대축구 못지않았다.

문제는 주의를 줬음에도 추태를 멈추지 않은 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최윤겸 경기감독관이 볼보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이들은 ‘홈 어드밴티지’를 운운하는 등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급기야 일부 인원이 교체됐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축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내년 시즌 강원의 방문을 단단히 벼르는 팀들이 크게 늘었다. 이영표 대표이사의 사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지만, 팀 자체는 환영받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강원 선수들은 원정경기에서 볼이 피치 밖으로 나갈 때마다 직접 줍고, 늑장부리는 들것에 당혹감을 느끼는 상황을 경험할지 모른다. 당연히 격하게 항의할 강원 최용수 감독은 빙그레 웃으며 홈 어드밴티지를 얘기하는 볼보이들과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강원으로선 할 말이 없을 수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부메랑처럼 돌아왔을 뿐이니 말이다.

좁은 프로의 문을 고려하면 소수에 불과하겠으나, 앞으로 강원 볼보이들 중 일부가 K리그의 식구가 되는 상황도 썩 반갑진 않다. 어릴 때부터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선수들이 진정한 반성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면 어떤 비신사적 행위를 할지 걱정스럽다.

이 경기를 지켜본 대한축구협회의 유력 축구인들은 “(강원 볼보이들이) 승부욕을 잘못 배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력 배양보다 중요한 인성 교육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좋은 사회 구성원이 훌륭한 선수보다 앞서야 한다.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해당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올바른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의 의미를 왜 가르쳐야 하는지 강원이 몹시도 좋은 선례를 남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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