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대신 직접 테이블 앉은 KT 우승포수, “팬 덕에 계약했다” [SD 인터뷰]

입력 2021-12-20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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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KT 단장(왼쪽), 장성우. 사진제공 | KT 위즈

에이전트. 우리말로는 대리인이다. 선수가 운동에 전념하는 사이 복잡한 셈법을 대신해 구단과 협상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대리인을 대리해 협상에 나선 선수가 있다. ‘우승포수’ 장성우(31)는 그만큼 KT 위즈에 진심이었다.

KT는 20일 장성우와 4년 총액 42억 원(계약금 18억·연봉 5억·옵션 최대 4억)에 도장을 찍었다. 이숭용 KT 단장은 “통합 우승의 주역인 장성우와 다시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탁월한 투수 리드를 바탕으로 젊은 투수진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선수다. 타석에서도 꾸준히 중장거리포를 생산하는 등 공수 겸장 포수로 앞으로도 중심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8년 1차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장성우는 2015시즌 도중 5대4 대형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까지 740경기에서 타율 0.259, 65홈런, 34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9를 기록했다. 타석에서 찬스마다 해결해주는 능력도 확실하지만, 젊은 투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며 좋은 멘토이자 배터리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배제성, 소형준 등 젊은 투수들이 언제나 “(장)성우 형”을 얘기하는 이유다.

KT 장성우. 스포츠동아DB


FA 시장 개장 직후부터 지금까지. 장성우는 언제나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았다. 대리인이 있었음에도 그랬다. 계약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장성우는 “첫 얘기는 직접 듣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단에서 ‘우리는 무조건 너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할 텐데 나쁜 얘기로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감정 상하기 싫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혼자 협상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한번도 감정이 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몸값을 올리는 데는 선수보다 대리인 쪽이 더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장성우에겐 KT에 대한 애착, 또 남겠다는 의지가 더 컸다. 타 FA 선수들의 경우, 원 소속팀 동료들이 시상식에서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했지만 KT 후배들은 달랐다. 장성우는 “후배들에게 ‘나한테 남아달라고만 말하지 말고 인터뷰 때 얘기를 하라. 다른 팀 좀 봐라’라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후배들도 내가 이 팀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만큼 확실했다”고 돌아봤다.

KT 장성우. 스포츠동아DB


“창단 멤버는 아니지만 1군 첫해부터 함께 했다. 팀은 꼴찌로 시작해 우승까지 했다. 나 역시 롯데에선 백업이었지만 처음 주전이 돼 FA가 됐다. 팀과 함께 성장한 느낌이다. 우리 팀 팬들이 계속 생각난다. 꼴찌였을 때도, 경기에 져도 박수를 보내주셨던 분들이다. 솔직히 그 열정이 정말 놀라웠다. 그 덕에 드라마같은 우승을 할 수 있었고 좋은 계약도 할 수 있었다. 팬들이 ‘우승 포수’라고 해주시는데, 그 말이 너무 듣기 좋다.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뿐이다.”

KT 측에선 향후 장성우에게 타격보다 수비 쪽에 기대를 더 걸고 있다. 우승, 그리고 FA 계약까지 따냈기 때문에 장성우로서도 2022년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FA 계약 발표 당일인 20일에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담금질에 나선 이유다. 장성우는 “창피한 말을 듣진 않고 싶다. 남은 4년은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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