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빈, 경륜황제 경쟁 마침표 찍었다

입력 2021-12-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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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는 ‘경륜황제’ 임채빈. 26일 열린 ‘20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임채빈은 새로운 경륜 최강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그랑프리 우승컵 거뜬하게 거머쥔 괴물

결승전 한 바퀴 선행…여유있게 우승
정종진 완벽히 제치고 새 황제 등극
누적상금·다승부분 타이틀도 싹쓸이
전문가들 “괴물이란 표현도 부족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던 경륜의 빅이벤트였지만 결과는 의외로 싱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그랑프리 대상경주에서 우승 트로피는 임채빈의 것이었다. 임채빈은 26일 광명돔에서 열린 ‘20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그랑프리’ 결승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한 바퀴 선행으로 치고 나가 결승선에 다다를 때까지 여유 있게 선두를 지키며 우승했다.


● 예선부터 결승까지 별다른 고비도 없어

임채빈의 기세는 금요일 열린 그랑프리 예선부터 거칠 것이 없었다. 전국을 강타한 한파에서도 200미터 랩타임에서 10초53을 기록해 경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토요일 경주와 일요일 경주에서도 별다른 고비 없이 정상까지 순탄한 질주를 계속했다. 일부 경륜 팬들이 혹시나 기대했던 복병 선수가 일으키는 극적인 이변도 없었고 절치부심했던 정종진의 명예회복 드라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그랑프리 대상 경주의 우승으로 그동안 임채빈과 정종진이 벌이던 ‘경륜 황제’ 경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임채빈이 이론의 여지없이 새로운 경륜 최강자로서의 행보를 펼치게 됐다. 임채빈은 그랑프리 우승 외에 올해 누적상금과 다승 부분 타이틀도 모두 휩쓸었다.

올 시즌 임채빈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훈련원 때부터 최초 조기졸업, 지난해 최단시간 특선급 승급 등 신인의 각종 기록을 세우더니, 경륜 최고 무대인 특선급에서도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경륜을 대표하는 특선급 SS반의 강자 5명을 차례로 이기며 이른바 ‘도장깨기’ 신드롬을 일으켰다. 팬들은 경륜 판도를 일순간에 뒤흔든 괴물 신인의 활약에 열광했다. 오랫동안 경륜 황제로 군림했던 정종진과는 대상 경주에서 잇따라 맞붙어 한번도 밀리지 않고 모두 승리하며 황제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불세출의 사이클 선수로 평가받는 임채빈은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초로 단거리 세계대회에서 입상했다. 그가 2015년 독주경기에서 세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자신이 세운 200미터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뛰어난 기량으로 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 시절인 10년 전부터 프로가 된 지금까지 정체기나 슬럼프 없이 매년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이쯤 되면 괴물이란 표현도 부족하다”며 “끝판왕 타노스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타고난 재능 못지않게 임채빈의 지독한 자기관리도 유명하다. 훈련의 양이나 질이 월등하다. 이번 그랑프리 경주를 위해 고향인 대구를 떠나 3주 동안 광명에서 합숙을 하며 훈련할 정도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치밀하고 집요하다.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지금까지 많은 경륜 스타들이 있었지만 경기력 측면만 따지면 지금의 임채빈과 비교할만한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그의 독주는 당연하고 과연 앞으로 경륜의 각종 기록들을 얼마나 갈아치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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